◎수사팀고위간부 서로 “발설” 의심/“고도의 정치적계산 유출” 제기도전두환 전대통령이 「5공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8백80억원을 정치계와 언론계등에 뿌렸다는 사실이 발표된 뒤 검찰 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씨 비자금사건 첫공판을 앞두고 남겨놓은 「비장의 카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검찰이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공식 발표한 배경이 상식수준을 넘어선 「의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발설자를 찾아내라는 엄명이 서울지검 수사팀에 내려졌고 검찰 내부에서는 발설자를 두고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검찰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검 수사팀은 전씨가 단식을 중단한 직후인 지난해 12월말 이후 「5공신당」추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극도보안속에 다른 수사내용과 함께 이를 문건화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검찰내에서 이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보고라인인 수사검사, 김성호서울지검특수3부장, 이종찬서울지검3차장, 최환서울지검장, 최명선대검차장, 김기수검찰총장이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당초 대검과 서울지검의 간부들은 전씨의 메가톤급 진술내용을 지난 5일로 예정됐던 전씨 재판 전에 앞서 언론에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가 재판정에서 『정치계와 언론계 인사들 중에 내 돈을 받은 사람이 많다』고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에 손가락질하는 정치권도 함께 물고 늘어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사전에 김을 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씨가 돈을 준 사람 중에는 언론계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부분이 발표의 장애가 됐다. 이 때문에 대검은 공개는 하되 정식 브리핑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든 언론사의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흘리라는 등 구체적 지침까지 서울지검측에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치밀한 「도상작전」에도 불구, 전씨 신당추진설은 공개에 앞서 누군가에 의해 새 나갔고 검찰은 『증거가 없이는 결코 혐의내용을 공표할 수 없다』는 이전의 강경했던 태도와는 달리 즉각 이를 확인해주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분석해 볼 때 검찰 주변에서는 누군가가 전씨측의 예봉을 사전에 꺾겠다는 당초의 의도에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덧씌워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씨 진술의 공개로 가장 타격을 입게 될 신한국당내 민정계와 정치권의 발목을 죌 필요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검증이 쉽지 않은 전씨의 진술을 그대로 발표함으로써 그 「의도」에 대한 비판을 떠안게 됐고 스스로의 공신력에도 먹칠을 하고 만 셈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