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민주당 최욱철의원을 만나 신한국당 입당권유를 했느냐 아니냐는 공방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신한국당의 고발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상식을 넘어서는 과잉의지로 「권력의 시녀」 라는 해묵은 비난을 자초하고 있고, 민주당은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면서 전면전을 선포하는등 역시 강경 대응하고 있다.한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싸움은 대부분 어느쪽이 옳으냐는 경쟁이 아니라 어느쪽이 덜 나쁘냐는 경쟁이다. 악수에 대응하는 악수가 서로 물고 물리는 동안 국민은 양비론으로 나가거나, 더 나쁜 쪽을 욕하거나, 덜 나쁜 쪽을 지지할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처음에 악수를 두었던 쪽이 반대쪽의 더 나쁜 악수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최욱철의원은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것이 분명한것 같다. 그는 『작년 12월 롯데호텔에서 고향선배인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을 만나 입당권유를 받고 거절했으며, 당의 한 간부에게 「청와대 고위층」 으로부터 입당권유를 받았다고 보고했는데, 그 보고가 확대해석되어 당대표와 대변인이 대통령 면담설을 주장하게 된것』이라고 거듭해명하고 있다.
최의원의 태도는 공인답지 못하게 애매했고, 민주당 역시 경솔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은 곧 검찰의 과잉대응에 혀를 차게 됐다. 곤경에 빠졌던 민주당은 검찰의 악수로 다시 극한투쟁의 빌미를 얻게된 셈이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하는 최의원을 강제구인하고 김원기대표를 소환하겠다고 밝혔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며 으름장을 놓는지 의혹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사건은 오래 끌수록 양측에 해롭고, 국민의 혐오감만 키울것이다. 민주당은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신한국당은 고소를 취하하여 빨리 이성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위기의식을 느끼는것은 이해할수 있으나, 실수는 실수라고 빨리 인정하는것이 공당다운 태도다. 최의원이 입당교섭을 받은것이 사실이라면, 굳이 대통령 면담설에 당운을 걸고 매달릴 이유가 없다.
신한국당 역시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민주당을 혼내주는 것 이외에는 별로 얻을것이 없을것이다. 대통령을 만났느냐 안만났느냐는 시비를 법정으로 끌고갈 필요는 없다. 승자없는 싸움으로 시간을 보내는 정치력 부재의 정치, 그 극단적인 대립을 끝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