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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화사 통신전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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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화사 통신전쟁 불붙었다

입력
199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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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공략·합병 허용” 법안통과 독과점시대 종언/“무한경쟁속 살아남기” 대량해고·M&A바람 예고/무선 등 통합서비스 개발 파격 할인공세 펼칠듯미국의 전화회사들이 독·과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유례없이 치열한 통신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 전화회사들은 84년 연방 통신법의 독점금지조항에 따라 장거리와 지역으로 각각 서비스 영역을 분리, 제한된 경쟁을 벌여왔다. 당시 연방 정부는 19세기초부터 사실상 미 전역에서 독점권을 행사해온 AT&T사에 독점금지법을 적용, AT&T에서 7개 지역회사(베이비 벨)를 독립시켜 지역 서비스 독점권을 주는 한편 장거리 시장에서는 경쟁을 허용했다.

이후 장거리는 AT&T와 MCI, 스프린트등 3개회사가 미 전역을, 지역은 7개 베이비 벨사와 추가로 사업권을 얻은 GTE사등 8개회사가 8개지역으로 분할해 시장을 지배했다. 장거리 전화회사는 느긋한 과점을, 지역 전화회사는 편안한 독점을 누린 셈이다.

그러나 전화회사들이 시장을 상호공략할 수 있게 한 통신법 개정안이 지난주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새 통신법은 전화회사는 물론 케이블 TV 회사들도 모든 통신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길을 터주어 마구잡이식 경쟁과 대량해고 인수합병(M&A)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매년 800억달러에 달하는 장거리시장과 1,000억달러가 훨씬 넘는 지역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전화회사들은 이미 통신법 개정에 대비, 사전준비를 해왔다. 최대 전화회사인 AT&T는 지난달 전체 사원 30만명의 13%인 4만명을 3년내에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살빼기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본격적인 통신전쟁의 신호탄을 쏜셈이다. 이는 제너럴 모터스(GM)의 7만명, IBM의 6만3,000명 해고계획에 이어 미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GM과 IBM이 경영악화 때문에 해고를 계획한 반면 AT&T는 흑자상태에서 감량을 선언, 충격을 더하고 있다. AT&T는 또 관리직 사원 15만명의 절반인 7만5,000명에게 명예퇴직을 권유, 현재 7,000여명의 사퇴서를 받아놓았다.

이같이 거대한 감량은 이 회사가 지난해 9월 AT&T를 통신과 통신장비, 컴퓨터등 3개회사로 분리하겠다고 선언했을때 예상됐다.

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회사 MCI도 지난해 8월 3,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앞으로 단행할 해고의 폭을 조정하고 있으며 스프린트사도 감량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베이비 벨사들과 GTE등 지역독점권을 행사해온 지역전화회사도 비용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이비 벨사들은 AT&T에서 독립된 이래 13만명을, GTE는 2만명을 해고했으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전화회사는 아직도 감량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내년까지 5만명이 추가해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전화회사들은 또 이미 구축한 시장을 고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무차별 광고전을 펼치는 등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지역, 장거리, 무선통신을 하나로 묶는 서비스 개발에 열을 열리고 있다. 통합된 시장에서 혼란을 겪게될 고객에게는 편리함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레만 브러더스사의 케네스 레온 수석연구원은 『어느 회사든 효과적인 패키지를 개발, 파격적인 할인공세를 펼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T&T는 이미 무선통신사업에 1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자체 지역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올해에만 2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MCI와 스프린트사도 무선통신과 지역 서비스를 공략하기 위해 200억달러씩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 전화회사들도 장거리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2년동안 비슷한 규모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새 통신법은 전화회사간의 상호협력과 합병을 허용하고 있어 이들간의 다양한 「결합」이 잇따를 전망이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기존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베이비 벨사들간의 통합이 이루어 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역과 장거리 무선통신이 뒤섞이면 이들 회사가 분리해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뉴저지주등 북동부 지역을 담당하는 벨 애틀랜틱과 뉴욕시의 독점권을 가진 나이넥스간에는 통합얘기가 무성하다. 여기에 MCI는 이들 회사에 장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온연구원은 『7개 베이비 벨사가 미국내 가정과 사무실에 깔아 놓은 네트워크 자산만 1,000억달러가 넘기 때문에 MCI, 스프린트등 장거리 회사들은 이들 회사와 자연스레 합병등 상호협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뉴욕=이종수특파원>

◎대량감원·통화료 인하속 서비스질 유지될까 우려도

통화료 인하와 대량해고의 와중에서도 통신 서비스의 질은 유지될 수 있을까. 전화회사들은 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인하와 함께 인력을 대량감축할 태세다.

이들 전화회사는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므로 인력을 감축해도 서비스 질은 오히려 향상되며 가격은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고장을 찾아내는 「셀프 힐링」장비가 개발돼 하나의 기계가 여러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규모 해고는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촘촘한 고객서비스로 유명한 7개 베이비 벨사는 이미 곳곳에서 해고의 후유증이 드러나고 있다. 고객서비스 라인은 장시간 통화중이며 자동응답은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지금까지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족시키는데 든 비용을 요금인상으로 보상받았지만 새 통신법에서는 어림도 없다.

덴버에 본부를 둔 US 웨스트사는 셀프 힐링 장비를 자랑하며 24개의 고객서비스 센터를 5개로 통합하고 9,000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고객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한 대가로 500만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아메리테크사도 미시건주등에서 고객들로부터 민사소송까지 당하고 있다. 너무 급격하게 인원을 감축한 게 원인이었다.

이같은 지역 사정때문에 주 정부들이 성급하게 지나친 경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뷰/통신전쟁 주도 AT&T사 수전 버먼 부장/“이젠 고객만족 서비스로 승부해야/해고 대상 4만명중 관리직이 60%”

미국의 통신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AT&T사 수전 버먼(41·여) 홍보담당부장은 『특정회사의 독점을 막기위해 지역과 장거리 시장을 분리했던 기존 통신법은 새로운 독·과점을 낳았을 뿐이며 첨단기술의 발달로 의미를 잃은 지 오래』라고 말한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경쟁이 불을 뿜고 있으며 통신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마당에 전화 고객들에게만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버먼부장은 이어 개정된 통신법은 고객과 통신업계 모두에게 근본적인 변혁을 주게 되며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점에서 AT&T는 기술과 가격 서비스면에서 어떤 회사와도 맞설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AT&T는 최근 코네티컷주 당국의 허가를 받고 지역서비스 사업을 시행하는 등 장거리와 지역, 무선통신을 함께 서비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AT&T의 대량해고 계획에 사원들이 동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해고 대상자에게는 새 직장을 얻을 충분한 시간과 직업훈련비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당사자들도 회사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AT&T는 앞으로 통신, 통신장비, 컴퓨터등 3개 회사로 분리되고 지역서비스에 본격진출하기 때문에 인력조정이 절실하다』며 『적절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량해고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에는 『해고대상자의 60%는 관리직 사원이며 핵심기술직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고장이 나도 수리공없이 재작동이 가능한 장비를 개발하는 등 인원감축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량해고와 사업분리등으로 회사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 버먼 부장은 최근 회사의 방침이라며 사진촬영을 한사코 거부했다.<베스킹리지=이종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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