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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문단 「막내작가」 삶과 존재의 의미 캐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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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문단 「막내작가」 삶과 존재의 의미 캐내기

입력
199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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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김경욱 새소설집 「책」·「바그다드…」 내/영상·컴퓨터문화를 문학영역으로 끌어들여/신세대적 감성·독특한 실험성 작품마다 가득이 시대 문화의 특징을 전면적으로 작품에 소화해 낸 젊은 작가 두 사람의 소설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문단에서 가장 젊은 세대인 스물다섯 동갑내기(71년생) 김경욱, 송경아씨의 새 작품집은 영상·컴퓨터문화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자못 실험적이기도 한 이 소설들은 다가올 시대에는 문학이 어떻게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할 지를 읽게 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존의 불안이나 존재의 의미등을 주로 다룬 그들의 소설은 가벼움과 일회성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송경아의 소설집 「책」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서 기발한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도 발랄하다. 표제작 「책」은 스물세살의 「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엄마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책으로 남은 엄마와 우연성 속에 놓여진 자신의 존재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뮈의 뫼르소처럼 엄마의 죽음을 별 충격없이 받아들이는 「나」는 엄마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된다.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연애, 그리고 임신. 그래서 태어난 아이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발견. 삶의 허위와 글의 진실함, 또는 그 역전을 경험하는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위조본, 복사본, 파본이 되고 말 삶에 대한 책을 쓰는 일일 뿐이다. 「나는 글을 쓴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머니의 삶, 나의 삶을 변형한다. 영원의 기록에 대항해서 의미없는 기록을 만들고 변조한다.…삶의 일회성을 위해서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책을 쓰는 일이다」

「신세대?」 「바리―길 위에서」 「우리나라는 어디 있니」등은 시간과 공간의 장치를 재미있게 변용한 작품들이다. 「신세대?」는 2000년대의 아이들과 노인의 갈등을 다뤘고, 「바리…」는 바리데기공주설화를 정보화세계속에서 재구성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의 시간을 배경으로 우리나라를 찾으려는, 아니 찾아야 한다는 집단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그려냈다. 이밖에 「이차돈 초상기」 「철거」에서 그는 삶의 불확실성을 예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송씨는 94년 「상상」가을호에 기성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불안과 방황을 그린 「청소년가출협회」를 발표, 등단했다. 그 해 첫 창작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연구중 부분인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장편 「아크로폴리스」를 발표한 김경욱씨의 첫 창작집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는 영화와의 강한 친화성을 보인다. 표제작과 「시네마천국」 「아웃사이더」 「이유 없는 반항」 「택시 드라이버」 「지존무상」등 8편의 단편은 영화제목을 그대로 붙이고 있으며 영화 또는 시각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영화에 대한 지나친 설명이 작품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이야기소재와 이미지 상승을 일으키는 강한 효과를 낳는다. 그의 소설에 공통되는 「이유 있는 방황」이라는 주제는 고3 수험생과 과외교사인 화자의 절망과 용기를 그린 「아웃사이더」에 잘 드러나 있다.<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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