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추적 등 단서확보 어렵고/유일 돌파구 「전씨입」도 기대난전두환전대통령의 「5공신당」진술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던 검찰이 이로 인해 곤혹스런 입장에 빠져 있다.
전씨 비자금사건을 함께 수사중인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종찬서울지검3차장)는 『8백8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뿌려 정치재개를 시도했다』는 전씨의 진술을 여과없이 발표함으로써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던졌으나 정작 수사를 통해 「설」을 「사실」로 입증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앞에서는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관행을 깨면서까지 최소한의 사전검증작업조차 없이 전씨 진술을 공개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12·12 및 5·18사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면서 영장청구사실까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몸조심을 해왔다. 그런 검찰이 15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권 전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 명확한 「핵폭탄급 사안」을 확인없이 공개한데 따른 당연한 의혹이다.
검찰의 고민은 물론 전씨의 비자금을 추적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수사의 돌파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씨의 총론적인 진술외에는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는 사실과 전씨가 대부분의 자금을 현금화했기 때문에 수표추적도 그다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수사당사자들도 인정하고 잇다.
한 수사관계자는 『장세동씨에게 34억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할수 있었던 것도 전씨가 채권을 통째로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즉 비자금 사용처 수사과정에서 전씨가 보유한 채권의 행방을 추적하다 우연히 걸려든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검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사의 돌파구는 전씨가 닫힌 입을 열거나 장씨 경우처럼 별도의 단서를 잡는 것이다. 또 현금화한 돈이 수표로 전환된 흔적을 찾아 역추적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전망이 밝아 보이는 것은 없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는 『수사가 장기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최고위층부터 일선 검사까지 한결같이 하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묘수가 보이질 않는다』며 『장기화하더라도 성과에 기대를 걸지 말라』고 말했다.
최환서울지검장은 이날 『5공신당설은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이니 시간적 여유를 달라』며 『특수부팀이 투입돼 있으니 결과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전씨에게 5공신당진술도 어렵게 받아냈다. 그렇지만 전씨에게서 수사검사가 몇마디도 듣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설사 전씨 자금 수혜자 명단을 밝혀낸다 해도 검찰의 고민은 남는다. 검찰이 정치자금법위반죄로 의율할 수 있는 사안은 93년 이후의 자금수수행위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에 걸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조차 미지수다.
설상가상으로 전씨측이 이같은 주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 전씨가 자신의 주장을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검찰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마지못해 수긍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을 뒤집을 경우 화살은 다시 검찰로 향할 수밖에 없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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