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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폐지이후의 문제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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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폐지이후의 문제들(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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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에 이어 사립대들도 97학년도 입시부터 본고사를 폐지하고, 생활기록부·수능성적·논술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일부대학은 계열별로 영어나 수학중 한과목 시험을 치르도록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험생들이 본고사 부담에서 해방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각 대학들은 본고사 폐지로 손을 놓을게 아니라 논술과 수능시험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동안 명문대들이 본고사를 고집해온 것은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수능의 비중이 더 커진만큼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명문대들이 각기 본고사에 쏟던 힘을 수능 개선에 기울여 좋은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험 문제를 현재의 두배이상으로 늘리고, 시험횟수도 연 2회 정도로 하는것이 좋겠다. 시험횟수는 애초에 2회로 시작했다가 1년만에 1회로 후퇴했는데, 업무가 번거롭더라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판 승부」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각 대학들이 출제한 논술 제목중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 많아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대학들이 논술시험을 통해 평가하려는 능력이 과연 무엇이며, 초중고 과정에서 어떻게 논술교육을 시켜야 할지 대대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문사에서 기사와 칼럼을 쓰며 삼십년이상 일해온 나는 올해 몇몇 대학의 논술 제목을 훑어보며 기가 막혔다. 내가 지금 시험을 친대도 그 제목으로 정해진 시간안에 무엇을 쓸 수 있을지 난감했다. 다른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었고, 논술 출제가 이런 식으로 간다면 결국 논술 과외를 받아서 어떤 제목이 나와도 모범답안을 쓰는 「기술」을 키울 수 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올해 명문대에 응시한 학생들은 그 난해한 제목에 당황하지 않았던것 같다. 전체점수가 작년보다 올라갔다니 논술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논술시험에 대비하여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열심히 읽는 학생들이 많다는데, 나는 거꾸로 수험생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그 이상한 제목으로 정해진 시간안에 어떻게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글을 썼는지 알고 싶다.

본고사 폐지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교육부와 각 고교·대학들이 의견을 모아서 그동안 드러난 수능과 논술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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