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중심 정치참여 선진신문 기대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제도적 정통성을 유지한다. 언론은 민주제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선거 때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공직을 차지하고자 하는 후보의 소개와 검증, 선거과정의 감시, 선거에서 짚어져야 할 사회적 쟁점의 제기등이 언론이 맡고 있는 주요기능이다.
2월로 접어들며 나라 전체가 4월 총선거의 열기에 휩싸여가는 느낌이다. 신문의 주요지면은 선거와 관련한 정치기사로 넘쳐난다. 각 정당의 선거전략에 대한 분석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 저질화하는 정당 대변인들의 공방전, 그리고 각 지역 공천자들의 선정을 둘러싼 막후 힘겨루기까지 매일매일 많은 정치기사들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한국일보는 공명선거를 위한 캠페인으로 매우 적극적인 보도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와 함께 선거부정을 감시하고 지역연고주의를 배격하며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바른정치」와 「바른국가」라는 이상에 가까이 가겠다는 취지가 공감을 자아낸다. 언론은 진작 선거에서 좀 더 적극적인 기능을 했어야 했다. 한국언론은 구한말부터 이어져온 사회계몽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최근 진행되는 환경오염감시와 가난한 나라에 쌀보내기운동등은 신문 초기의 물산장려운동이나 심훈의 상록수로 대표되는 브나로드운동등과 맥이 닿는다.
그러나 권력구조와 연결된 정치문화의 개혁에 대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같은 점에서 한국일보의 시도는 전진적이다. 권력의 주도가 아니라 시민세력의 참여와 압력을 제도화해 여전히 낙후돼있는 정치문화를 고쳐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이러한 기획은 2∼3년전부터 미국 언론계에 일고 있는 퍼블릭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이라는 개념의 실험과도 일맥상통한다. 시빅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이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신문이 해야할 일을 과거의 「객관적 보도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개혁자」로 바꿔 정의하고 있으며, 캔자스주의 위치타이글지 같은 경우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른 선거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그리고 한국의 민주제도가 열려있는 정치제도가 되게 하려면, 선거부정의 감시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기자가 기사쓰는 시각을 독자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선거과정의 보도가 출마자나 정당지도자, 대변인들에게 공연무대만 제공하는 양태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신문사 자체가 선거를 진행하는 제도적 체제의 문제점등을 주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향의 제시도 시도해야 한다. 많은 미국 신문들은 지역주민으로 구성한 포커스그룹을 이용해 선거의 쟁점을 시민중심으로 형성해 나간다. 어떤 신문의 경우는 특정지역의 주민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시민들의 지지성향과 주요 문제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파악해 보도하기도 한다.
지난번 선거구재조정과정에서 우리 언론과 국민은 정당이기주의적 결정의 들러리로 그치고 말았다. 현재 진행되는 각 정당의 공천작업 보도도 정당지도자나 인물중심의 선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몇 정당지도자가 의원 후보자를 지정하는 소위 공천제도는 민주가 아니라 봉건적 인재등용 방식이다.
언론은 누가 공천됐는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왜 이같은 권위적 제도가 오늘도 시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바른 정치를 위한 시민의 참여가 이같은 제도개선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한국일보의 캠페인이 성공적 실험이 되기를 바란다.<이화여대교수·신문방송학>이화여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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