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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북공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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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북공조(사설)

입력
199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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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미국의 2백만달러 상당 식량지원 결정은 한국정부를 국내외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었다. 얼마전 한국·미국·일본이 하와이 고위회담에서 「당분간 정부차원의 대북쌀 추가지원은 하지 않기로」했음에도 9일만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지원키로 한 것도 그렇고 바로 이 문제를 논의키 위한 앤터니 레이크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방한 하루전에 발표한 것 등은 그야말로 강대국의 독단으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한마디로 한·미간의 대북공조방침을 일방적으로 뒤흔든 것이다. 미국의 결정은 한국이 국제적으로는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강경한 나라로 인식되고 나라안으로는 주도적인 대북정책에서 밀린 것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지원결정은 우방국과 시각이나 견해가 다르더라도 자국이익에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공조약속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내는 2백만달러(16억원)의 식량은 작년 남한이 준 15만톤(약2천여억원 상당)에 비해서는 미미한 규모이나 그 의미는 크다. 즉 정부가 대외재난지원기금을 국제식량계획기구(WFP)에 내는 형식으로서 사실상 정부의 지원이며 이는 앞으로 대북지원의 기폭제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한국의 눈치를 살피는 일본, 유럽각국이 이 방식을 통한 지원에 대거 참여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식량지원을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 6·25이래 처음으로 북한을 「테러국가」에서 제외하여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른바 적대정책에서 끌어안기로 슬그머니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기보다 끌어안기, 살리기로 북한을 개방시켜 미국의 영향권속에 넣겠다는 전략이다. 클린턴대통령이 4월 방한을 취소한 것도 한국의 반발을 피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우방국과의 대북공조만을 신주처럼 믿고 있는 사이 미국은 독단적 조치를 강행하고 있고 일본은 양국의 눈치를 보며 대북접근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레이크안보보좌관을 맞아 분명한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 첫째 국제기구를 통한 쌀지원은 인정하나 남북대화와 실태조사가 선행되고 배급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호전적 태도를 하나도 바꾸지 않는 북한의 테러국지정 제외에 항의하고 과거 테러만행에 대한 시인·사과와 함께 테러의 영원한 포기다짐을 받아낼 것을 요구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의 일방적 대북정책 전환은 한국의 독자적 대북정책을 유발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 뒤 사전협의공조체제를 재다짐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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