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광장 구석 로열박스에 300여명 「출근」/대형TV·난방갖춰 추운날씨땐 “만원사례”서울역 대합실이 도심 속의 「노인정」으로 인기다. 이곳에는 매일 상오 9시께면 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점심무렵이면 만남의 광장 구역 좌석은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로 꽉 찬다.
대합실에는 8백여개의 좌석이 있는데 특히 만남의 광장 구역에 있는 84개의 좌석은 노인들이 송두리째 차지해 버린지 오래다. 바로 앞에 33인치 대형TV와 50인치 멀티비전이 있어 심심하지 않고 구석에 위치해 「로열박스」다.
서울역 대합실이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은 노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3∼4년전부터. 88년 민자역사가 준공된 이래 하나 둘 모여들다 지금은 매일 평균 3백여명이 「출근」한다. 이들은 대개 탑골공원과 관악산 일대에서 소일하던 노인들로 입추가 지나면 마치 철새이동처럼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서울역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깨끗한 화장실, 여행객들이 두고간 신문 잡지, 65세 이상에 무료인 지하철이 바로 닿는 이점 등도 노인들을 불러 들이는 요인이다. 단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최근 대합실이 금연지역이 됐다는 점.
대개 서울변두리의 노인정이 없는 동네에서 사는 이들은 자주 만나다보니 친해져 생일날에는 소주와 마른안주로 조촐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역 측은 괴롭다. 장재선서울역장은 『철도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대합실을 노인분들이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며 『그러나 돌아가시라고 할 수도 없어 부랑자만을 격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윤승용기자>윤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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