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가장 진보적 농촌소설/유학지식인이 펼친 농민운동/카프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혀민촌 이기영(1896∼1984)의 「고향」은 일제 식민지 시기의 농촌소설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작품이다.
「고향」과 함께 3대 농촌소설로 꼽히는 이광수의 「흙」이나 심훈의 「상록수」가 빈곤퇴치와 민족독립을 위해 농민의 의식개혁이나 경제적 자강에 관심을 두었던 데 비해 「고향」은 일제와 그 협력세력인 지주 마름 매판기업가들에 대한 투쟁을 가장 중시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희준은 바로 이런 점에서 당시 좌익진영이 생각했던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착취 받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민들을 이끌고 지난한 소작쟁의를 벌여 마침내 승리를 쟁취했다. 그에게는 「흙」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계몽자적 선민으로서의 보수주의적 태도나 「상록수」의 주인공에게서 보여지는 조합주의자로서의 탈정치적 성향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고향」이 농촌소설의 대표작이기에 앞서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기영은 도쿄유학 중 막심 고리키에 심취하게 된 지식인이었다. 관동대지진 직후 국내로 돌아와 카프에 가입한 뒤 우리나라 좌익문학운동을 이끌었다. 2차례 투옥을 포함해 일제로부터 탄압을 받다가 해방이 되자 월북해 조선문학예술총동맹위원장등 요직을 거치고 84년 타계했다. 「고향」은 1933년11월부터 1년간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일제치하 가난한 원터마을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된다. 소작인들은 악독한 마름 안승학의 치하에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희준은 도쿄유학을 마치고 귀향한 뒤 땅 몇마지기를 빌려 스스로 소작인이 돼 두레를 조직하고 야학을 벌이는등 농민운동을 전개한다.
추수 무렵 마을은 홍수를 만난다. 농민들은 안승학이 소작료 탕감 요구를 거절하자 벼베기 거부등을 통해 소작쟁의를 벌인다. 그러나 먹을 것이 떨어지자 안승학의 회유책에 하나 둘씩 넘어간다. 이때 읍내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안승학의 딸 갑숙이가 아버지가 수치스러운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자신과 동네부호 아들과의 연애사건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해 마침내 투쟁에서 승리한다.
이 소설은 이기영이 자신의 비타협적인 삶을 통해서 보여줬듯 식민지 지식인이 민중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가장 명쾌하게 제시했다. 하지만 주인공을 지나치게 영웅화해버려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생각의 지식인들을 민족해방투쟁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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