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있는 곳엔 항상 공명선거의 여망이 따른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집정관 등 주요 공직을 선거로 뽑은 고대로마도 공명선거를 위해 법을 6번이나 바꾸는 등 노력했으나 선거부정으로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귀족문벌들은 시민들의 투표를 완전히 장악하고 뜻을 거스르는 사람에겐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 호민관 마리우스가 이같은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귀족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철저히 실시하기에 이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마리우스조차 선거부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빠져든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선거부정은 법의 맹점을 이용한 매수였다. 선거 때마다 입후보자의 의뢰로 돈을 각 지역의 유권자에게 뿌리는 매수인들이 설쳐댔다. 금권매수인을 가장 잘 활용했던 사람이 바로 비밀투표제를 확립한 마리우스였다.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무려 7번이나 집정관에 당선, 공명선거의 어려움을 스스로 입증했다. ◆15대 국회의원선거가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벌써부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관계장관과 검찰공안부장회의를 여는 등 공명선거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벌써 3선의 출마예정자가 구속되는 등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다. 요즘 선거분위기는 김밥과 떡 제공문제가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당원 행사에선 김밥과 떡을 제공해도 무방하고 비당원 행사에선 김밥은 줄 수 없다는 선거법 규정도 희한하지만 이 조항의 맹점을 이용해 위장 김밥까지 나오고 있다니 한심하다. 법은 모호해서는 안된다. 알기 쉽고 명쾌해야 한다. 공명선거를 위해 제정된 법이 부정선거의 빌미를 주어 한국의 마리우스가 탄생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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