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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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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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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대학에 합격한 복수합격자들이 마음에 드는 대학으로 대이동하고 있는 올해 입시풍경은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크게 세상을 바꾸는지 실감하게 한다. 단 한번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어 재수냐, 후기대 응시냐를 선택해야 했던 과거의 입시제도를 오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그 전에는 입시생이 있는 집에 결과를 물어보기도 어려웠는데, 올해는 한결 수월하다.

『3개 대학에 합격하여 어느 대학으로 가는게 좋을지 의논하고 있다』는 대답은 가장 행복한 대답이고, 『한 대학에 붙긴 했는데, 다른 대학에서 추가합격 통지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는 대답도 나쁘지 않다. 『3개 대학에 다 떨어졌으나, 어느 한곳에 추가합격 할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는 대답도 그전처럼 절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여유가 생긴 것은 대학위주의 입시제도를 학생위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쉽게 이루어 졌던 것은 아니다. 이미 고인이된 포항공대 김호길학장등이 여러해에 걸쳐 복수지원제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으나, 교육 당국자들은 고개를 흔들곤 했다. 듣기에는 이상적이지만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서울대 빼고 어느 대학이 찬성하겠느냐, 중위권이하 학생의 학부모들은 다 싫어할 것이다 라는것 등이 반대 이유였다.

새 입시제도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선호와 대학 서열화가 더욱 강조되고, 복수합격자들이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손해보는 측은 없다.

합격자의 상당수가 서울대로 빠져나가 자존심을 상한 연대 고대등의 명문대들은 추가합격자로 충원하더라도 학생 수준이 작년보다 높아질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대학들의 업무량 폭주는 합격자 발표와 등록시기를 조정하면 상당량 줄일수 있고, 대학간 격차는 오히려 좁혀질 것이다. 굳이 손해본 사람을 찾는다면 대학진학이 더욱 어려워진 중위권이하 학생들을 들수 있는데, 대학교육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옳다.

상위권 학생들의 재수를 줄이고, 대학생 수준이 평균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과거의 입시제도를 돌아보면 그 어리석음에 놀라고, 발상의 전환이 세상을 바꾼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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