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복수지원제의 역기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모든 전기대학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이번 입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학의 입시날이 달리 잡힘에 따라 상위권 성적의 수험생들이 몇몇 상위권대학에 응시한 후 서울대에 다시 응시해 서울대 합격자 5천44명중 56%인 2천8백명 이상이 복수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고려대의 한 인기학과의 경우 80% 이상이 서울대의 같은 계열학과나 다른 인기학과에 합격했고 연세대의 최고 인기학과도 77%가 서울대에 복수합격했으며 이화여대·한양대학 등 상중위권 대학의 인기학과도 20∼30%가 서울대에 복수합격했다고 한다.
서울대와 상위권 명문대에 복수합격을 해 어느 대학으로 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수험생이 1만명이나 된다는 것은 옛 제도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이처럼 서울대와 상중위권 대학에 복수합격한 수험생의 절대다수가 서울대로 가게 됨으로써 상중위권 대학의 합격자 이탈 도미노현상이 모든 전기대학에 연쇄적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는 데서 복수지원제의 역기능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복수지원제는 대학진학을 할 만한 실력있는 수험생이 단 한번의 지원에서 실수로 시험을 잘 못쳐 진학을 못하고 재수를 해야 하는 제도적 모순을 없애고 적성에 맞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준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입시제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대학의 특성화가 부진한 여건하에서, 또 맹목적인 서울대선호와 명문대지향풍토에서는 복수지원제가 우수한 학생을 서울대에만 집중시킨다. 그리고 대학의 서열을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이런 역기능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데서 복수지원제의 장·단기 개선대책을 교육당국과 대학측에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장기대책은 대학이 특성화를 앞당기는 일이다. 특정분야의 일류대학을 만들어 그 분야학생을 서울대나 다른 명문대학에 뺏기지 않을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백화점식의 종합대학을 하면서 서울대나 차상위명문대학을 흉내나 내는 식으로는 안된다.
단기대책으로는 지금처럼 11일 사이에 4∼5일 간격으로 1백40개 대학이 3개 그룹으로 나눠 시험을 치고 합격자를 거의 동시에 내 등록을 선택적으로 하게 하는 것보다는 입시기간을 3개월정도 연장해 대학들이 4∼5그룹별로 나눠 시험을 치고 합격자 등록을 마친후 다른 그룹대학들이 시험을 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수험생들에게도 「소의 꼬리보다는 닭의 머리」라는 가치관을 한번쯤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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