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사건곤욕 위로모임 성격/불편관계해소 경기회복도 고려청와대는 김영삼대통령과 30대그룹 재벌회장들과의 31일 만찬회동에 대해 「격려와 당부의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씨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기업인들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 김대통령이 직접 위로의 말을 함으로써 재계의 정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역사 바로세우기에의 동참을 요청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또 『만찬회동으로 인해 곧바로 정부의 대재벌정책에 변화가 있거나 앞으로 있게 될 비자금 사건의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전체적으로 재벌총수들의 불편한 마음을 풀어주기위한 분위기 조성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대통령이 취임이후 이제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30대그룹 회장들과 오찬모임을 가진 적은 있지만 만찬에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날 만찬에 참석한 회장들중 6명이 불과 이틀전 법정에 서서 징역 1∼4년씩을 구형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대통령도 재벌총수들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고려한 듯하다. 비록 기소는 되지않았다 하더라도 참석자의 대부분이 전·노씨 비자금사건으로 검찰청에 여러차례 불려나가 철야조사를 받는등 곤욕을 치렀다.
따라서 김대통령으로서도 일부 재벌회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불만을 털어놓았을 정도로 정부와 재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같다. 더욱이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경제계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제계를 이끌어가는 주요 재벌의 총수들이 침체된 심리속에 있는 것은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그룹에 속하는 우성건설이 최근 거액의 부도를 내고 도산하자,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부처에서 경제계의 심기일전을 가져올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측에서도 이날 만찬석상의 분위기를 될수 있는한 부드럽게 하려고 여러가지 배려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례적으로 재벌회장들이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본관앞에까지 들어올수 있게 했으며 또 비표나 명찰을 달아야하는 절차도 생략한 것이 그것이다. 저녁 6시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된 만찬에서도 허심탄회하게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했다.
김대통령도 이날 저녁식사가 끝난뒤 당부말씀을 가급적 줄이고 사전각본없이 재벌회장들의 얘기를 많이 청취하는 쪽으로 자리를 이끌어갔다. 김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과정에서 일부 기업인이 어려움을 겪은데 대해 마음아프게 생각한다』는 말로 서두를 꺼내면서 재계를 격려하고 분발을 촉구한뒤 기업경영의 어려움에 관한 참석자들의 말을 경청했다. 또한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비용을 낮춰줄 것등 재벌회장들의 건의사항에 대해서도 전폭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히며 투자와 경제활성화를 당부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재계 달래기」의 행보는 이날 회동으로 그치지 않을 것같다. 김대통령은 이날 만찬모임에 이어 2월중에 중소기업대표및 금융계 인사들과도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입장에서 볼때 아무런 변화없이 역사 바로세우기의 사법절차가 진행될 경우 김대통령의 이같은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2시간여 경제전반 의견나눠/김대통령·재벌회장 대화록/김대통령 “개혁과정 기업고통 가슴아파”/재벌회장 “삶의질향상·중기지원등 노력”
김영삼대통령은 31일 하오 30대그룹 재벌회장들과의 만찬석상에서 이례적으로 2시간여동안 경제현안과 금년도 경제전망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다음은 김대통령과 재벌회장들의 대화요지.
▲김대통령=지난해말부터 추진되어온 역사 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일부 기업인들이 마음의 고통을 받아온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장치혁고려합섬회장에게) 연해주의 농업생산투자는 어떻습니까.
▲장회장=금년에는 1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현재 1억평을 경작하고 있으나 앞으로 충남의 면적과 같은 3억평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김대통령=(김승연한화회장에게) 호텔업은 잘 됩니까.
▲김회장=세계적인 호텔들이 한국의 호텔과 유대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점점 국제적 중심도시가 되고 있어 앞으로 호텔업의 전망이 밝습니다.
▲김대통령=(박성용금호회장에게) 항공사업은 잘 됩니까.
▲박회장=아직은 항공사업은 적자여서 건설쪽의 흑자로 보전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구본무LG회장에게) 회사를 맡은지 1년쯤 되는데 어떻습니까.
▲구회장=선대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하고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에게 소신껏 하도록 맡겨두는게 큰 효과가 있는 것같습니다.
▲김대통령=(정몽구현대회장에게) 새로 회장이 됐는데….
▲정회장=사외이사제를 도입, 경영의 투명성과 국민의 신뢰를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자도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으로 확대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노력하겠습니다.
▲김대통령=(이건희삼성회장에게) 삼성은 중소기업에 현금결제한다는데….
▲이회장=중소기업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자금과 경영·기술노하우의 부족입니다. 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안되므로 중소기업도 생명을 걸고 열심히하고 또 국민과 대기업이 함께 도와줘야 합니다.
▲김대통령=(김선홍기아회장에게) 금년도 노사전망은 어떻습니까.
▲김회장=작년보다 나을 것같습니다. 노조지도자가 과거와 같은 극한투쟁을 안하겠다고 합니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침체현상을 보여 걱정입니다.
▲김대통령=(김우중대우회장에게) 폴란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요.
▲김회장=쿼터와 관세장벽으로 우리가 자동차를 팔 수 있는 나라가 점차 줄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은 한정되어 있어 이제는 현지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김대통령=(최원석동아회장에게) 리비아의 대수로공사는 잘 되고있습니까.
▲최회장=2차공사는 9월1일 개통식을 하고, 3,4차 공사도 수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정인영한라회장에게) 몸이 불편한데도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정회장=개혁의지를 갖고 규제를 풀어주십시오. 국내에서 사업하려 해도 규제와 금리때문에 기업인들이 해외로 나가려고 합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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