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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앙금씻고 밀월시대 예고/김대통령­30대그룹회장 회동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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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앙금씻고 밀월시대 예고/김대통령­30대그룹회장 회동 안팎

입력
199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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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건강·사업 등 세세한 인사건네 눈길/40대이하 총수 9명,경영대권 물갈이 실감재계는 김영삼대통령과 30대그룹총수들의 청와대회동을 통해 비자금파문의 앙금을 상당부분 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총수들은 김대통령의 위로로 비자금사건의 구형으로 인한 무거움에서 벗어났다는 후문.

이날 회동에서 비자금파문 탈출의 가능성을 읽은 재계는 이후 중기지원책 경영풍토쇄신등 총선을 앞둔 정부측 부담을 감안한 친화적 조치들을 내놓을 전망이다. 청와대회동은 정경유착이 아닌 새로운 밀월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이날 하오 6시15분께 시작된 만찬은 다소 긴장된 가운데 시작됐으나 2시간여동안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가면서 점차 분위기가 풀려갔다.

김대통령은 먼저 자리에 앉자 『편하게 웃도리를 벗고 얘기하자』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우리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 여러분의 사업에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역사 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일부 기업인들이 고통을 당하게 된데 대해 마음아프게 생각한다』며 총수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에 상당히 무게를 싣는 모습.

○…김대통령은 총수들에게 일일이 건강에서부터 사업추진에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새로 회장이 되었는데 소감은』(현대 정몽구회장) 『중소기업에 현금결제를 하고 있다는 데 어떠신지요』(삼성 이건희회장) 『힐튼호텔은 호황입니까』(대우 김우중회장) 『얼굴이 검게 탔는데 리비아에 다녀왔는지요』(동아 최원석회장) 『연해주 해외농업생산투자는 어떠신지요』(고합 장치혁회장)라고 말을 건넸다. 특히 그룹별 사업에 대한 김대통령의 질문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어서 총수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하는 총수가운데 현대 정회장 등 최근 경영대권을 물려받은 젊은 총수들이 많아 비자금파문이후 불어닥친 세대교체의 바람을 실감. 만찬에는 지난해 12월28일 정세영전회장에게서 그룹대권을 넘겨받은 정회장, 지난해 2월 구자경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LG 구본무회장, 3월 정계진출한 김석원명예회장 대신 그룹을 떠맡은 쌍용 김석준회장, 역시 형 김현철전회장이 해외경영에 주력하면서 총수에 오른 삼미 김현배회장, 바로 이틀전인 29일 이동찬전회장에게서 회장직을 물려받은 코오롱 이웅렬회장 등 재계 새대교체의 주역 5명이 참석했다.

○…초청된 30대 그룹총수들의 연령도 과거보다 젊어져 눈길. 특히 삼미 김회장(37)과 코오롱 이회장(39) 등 30대가 2명이나 되고 40대도 쌍용 김회장(42) 한화 김승연회장(43) 동양 현재현회장(46) 한일 김중원회장(47) 진로 장회장(43) 해태 박건배회장(47) 미원 림창욱회장(46) 등 모두 7명. 이밖에 50대는 삼성 이회장(53)과 대우 김회장(59) 등 8명, 60대는 기아 김선홍회장(63) 등 6명이며 70대는 한진 조중훈회장(75)과 한라 정회장(76) 등 2명에 불과.

○…이날 만찬에는 5명의 총수가 불참했다. 우성그룹은 부도가 나서 초청대상에서 제외됐고 구속집행정지상태인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은 서울대병원으로 주거가 제한돼 참석이 불가능했다. 최종현선경회장겸 전경련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회의 참가차 빠졌고 롯데 신격호회장은 업무차, 극동 김용산회장은 신병치료를 위해 해외체류중이다.<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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