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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좀 꺼주세요/인간의 이중성 빗댄 분신등장 “매력”(연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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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좀 꺼주세요/인간의 이중성 빗댄 분신등장 “매력”(연극리뷰)

입력
199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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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구성·언어의 긴장감 인상적연극 「불 좀 꺼주세요」(강영걸 연출)는 화제작이다. 3년 장기공연에 20만명의 관객동원. 여배우의 상반신 노출도 화제였다. 대학로극장에서 6월말까지(하오 7시30분 토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764―6052) 앙코르되는 이 작품엔 여전히 호응이 크다. 이제는 전과 달리 관객들의 예비지식도 꽤 있다.

「불 좀 꺼주세요」의 매력은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난 특징은 분신의 등장이었다. 두 배우가 맡아 연기하는 나와 분신은 속마음을 연기하거나 서로 갈등하면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으레 그럴 법한 이중성을 보여준다.

작가 이만희는 이를 「분갈이용 연극」이라고 부른다. 극중에도 나오는 「분갈이」란 변화를 뜻하는데 무언가 획기적인 연극을 추구한 것이었다.

이를 성공작으로 빚어낸 데는 언어와 구성의 몫이 크다. 이만희의 언어는 비약으로 인한 긴장이 있으며 직설의 힘과 때로 사투리나 은어등의 재미가 함께 하고 있다. 덧붙여 그는 잘 짜여진 구성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불 좀 꺼주세요」는 수차례의 회상과 상상을 통해 주인공 남녀의 관계를 드러내는 소설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암전이 거의 없이 분신을 등장시킨 빠른 전환은 영상물을 보는 듯한 속도감을 낸다. 그는 극을 조금씩 고조시켜 한 순간의 절정을 만들어내는 데, 그리고 그 한 순간에 찡한 무언가를 담아내는 데 목표를 둔다.

「찡함」은 마흔살 안팎의 남녀가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아름다움에 있다. 여교사와 학교일꾼으로 처음 만났던 정숙과 창영은 휴직교사와 국회의원으로 변모하고 또 친구의 아내, 남편의 친구사이가 되어 있다. 극에서 놓치지 않는 초점은 제도에 적당히 안주한 이들의 (변화를 추구하는) 본능이다. 표출되지 못한 본능(분신)과, 그것을 자제하느라 나약해진 나. 이 둘이 일체가 되는 순간은 정숙의 『불 좀 꺼주세요』라는 마지막 대사에서다.<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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