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해인사가 남성적이고 활달한 기상을 보여주는 절이라면 그와 대비를 이룰만한 절은 역시 순천 송광사다. 우람하면서도 아늑하여 여성스러운 산세는 마치 소담하게 피어난 연꽃처럼 맑고 우아한 자태다.절집은 그아래 꽃의 화판이 되는 자리에 둥지를 틀고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있다. 굳이 높은 곳에 오르지 않고 절뒤편 돌담길을 따라 걷기만해도 이 절이 얼마나 아름다운 선으로 이루어진 정경인지 감탄하게 된다. 저만치 하늘에 뜬 달무리처럼 둥둥 떠 있는듯한 조계산의 능선 그리고 거기에 다소곳이 몸을 기댄 고풍스런 절집의 지붕선은 남도사람들의 순정어린 마음을 쏙 빼어 닮았다.
송광사는 신라말 혜린대사에 의해 창건됐다. 처음에는 길상사라 불리던 조그마한 절이었는데 고려중엽 보조국사 지눌이 이곳에서 정혜결사를 조직하면서 우리나라 선종의 요람이 되었다. 정혜결사란 고려전기 왕실과 문벌귀족 등 권력층에 결탁해 세속화하고 타락한 불교계를 비판하고 수도자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했던 종교개혁운동이었다.
특히 보조국사의 정혜결사는 고려중기 새로 등장한 무신정권에게 개혁의 사상적 이념을 제공했으며 이후 조선왕조 초기까지 15명의 국사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런 까닭에 송광사는 승보종찰이 됐고 가람배치에서도 그 특성이 드러난다.
법보사찰 해인사가 대적광전뒤 가장 높은 곳에 장경각을 배치하였다면 송광사는 대웅보전 뒤편 높은 언덕위에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있다. 또 이들보다 더 높은 산등성이위에는 보조국사 사리탑이 송광사 전역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계산 산중에는 천연기념물 쌍향나무로 유명한 천자암과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 등 향기로운 암자가 있어 순례길에 올라볼만하다.
가는 길은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광주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터미널에서 송광사행 시외버스(1시간 간격)를 탄다.<이형권역사기행가>이형권역사기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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