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필름속엔 영원의 순간이 있죠”/TV프로그램 사진홍보 5년째… “언젠가 전시회도 열래요”오래 기억되는 명화의 유명한 장면은 사실 영화포스터의 스틸사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비비안 리를 안고있는 장면이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의 그 유명한 키스장면 같은 것들이다.
이들 스틸사진들은 단 한장에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상업적 효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에 고도의 감각과 재능이 필요하다.
비록 영화가 아닌 드라마등 TV프로그램의 홍보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방송 홍보부의 정분경씨(26)도 이런 일을 하는 스틸맨이다.
더구나 방송사 스틸맨중 홍일점이라는 점때문에 특별히 눈길을 끈다.
정씨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단 한장면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사진 한컷을 잡아내기 위해 매일 10시간이상 촬영현장에 밀착해 있는 것 뿐 아니라 드라마촬영의 경우 정확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연출자이상으로 연기대본을 숙지하고 연기자의 메이크업, 의상, 반사판까지 코디네이션 해야 한다.
지난 16일에는 설날특집프로그램의 스틸사진을 찍기위해 한치앞도 분간하기 힘든 강원 홍천의 눈보라와 혹한속에서 헬기촬영을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정씨는 이날 두끼를 거르며 밤 12시까지 버틴끝에야 비로소 만족할만한 사진 한컷을 뽑아냈다.
정씨가 겪는 고생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93년 여름에는 30도를 오르내리는 아침폭염 속에서 6㎏이나 되는 카메라박스를 메고 가파른 산정상까지 기어올라가는 정도는 보통이다.
그러나 『실제 프로그램 장면보다 더 멋지다』라든가 『프로그램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등의 칭찬을 들으면 온갖 고생의 기억도 일거에 즐거운 추억으로 바뀐다.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 92년에 입사해 이 일을 시작한 정씨는 처음 미리 구도를 정해놓고 300∼400장 정도 찍어서 고작 5, 6장의 쓸만한 「물건」을 뽑아내던 수준에서 이제는 고정 구도틀에서 벗어나 자유자재로 찍으면서도 50여장중 10여장이나 건질 정도로 발전했다.
주위로부터 사진의 시선이 따뜻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씨는 『스스로가 신세대인 만큼 독특하면서 젊은 감각이 물씬 풍기는 드라마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자신있다』며 『신문이나 잡지등에 선보이지 못하고 사장된 필름중에서 아까운 멋진 사진들을 모아 먼 훗날 전시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윤태형기자>윤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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