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후 터키서 이로 군도할양… 다시 그리스로/해묵은 원한에 양국 언론서 자극적 보도로 더 부추겨에게해의 티끌만한 섬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빚었던 그리스와 터키간 해상분쟁은 양국간 해묵은 원한, 뿌리깊은 영토 분쟁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문제의 섬은 그리스에서 「이미아」, 터키에서는 「카르다크」라고 불리는 10에이커(0.04㎢)에 불과한 작은 무인도로 터키 해안에서 6.4㎞, 그리스 영토인 칼림노스섬에서 19.3㎞ 떨어져 있다.
이번 분쟁은 지난주 그리스의 한 TV가 지난해 12월 이 섬 인근의 암초에 좌초했던 터키 국적의 배가 『이 지역은 터키 영토』라며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구조를 거부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이어 그리스군이 이 섬에 특공대를 파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터키의 언론인들이 헬기를 타고 이 섬에 들어가 그리스 국기를 끌어내리고 터키 국기를 게양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터키 TV를 통해 방영했다.
이에 자극받은 그리스가 해군을 보내 다시 터키 국기를 끌어내리자 급기야 양국은 해군함정들을 이 섬 주변에 속속 배치, 긴장이 감돌게 된 것이다.
이미아(카르다크)섬의 분쟁은 1923년 스위스 로잔에서 체결된 평화협정에 뿌리를 두고있다. 1차대전 패전국인 터키는 32년 14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된 도데카네스 군도와 주변의 무인도들을 이탈리아에 할양했다. 이들 섬은 2차대전 이후인 47년 그리스로 넘겨졌다.
터키 연안과 이들 섬 사이의 경계선은 32년에 설정되었는데 터키는 경계선 설정당시 카르다크(이미아)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터키 영토임을 주장해왔다.
이번 사태를 놓고 일각에서는 그리스와 터키의 언론이 발행부수와 시청률을 높이기위해 전쟁을 부추겼다면서 이번 분쟁을 「언론 전쟁」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시덥지않은 터키 국내정국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시선을 끌기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한 것이 사태를 격화시킨 요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간 충돌을 우려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와 그리스, 터키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정치불안등으로 인해 요란한 출발에 비해 싱겁게 끝이 났다. 때문에 이같은 조기 수습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터키는 대륙붕과 영해 및 자원탐사권의 중요성이 대두된 70년대이후 에게해상의 수많은 그리스 섬에 딸려있는 대륙붕의 크기가 터키 본토에 면해 있는 대륙붕보다 훨씬 면적이 좁다고 주장하면서 그리스의 대륙붕 탐사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취해왔다.
터키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6월 발효한 국제해양법협약 가입을 거부했고 그리스가 영해를 6해리에서 12해리로 확장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분쟁의 「기뢰」는 에게해 곳곳에 널려 있는 셈이다.<조재우기자>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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