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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우상과 팬/박내부문화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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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우상과 팬/박내부문화2부장(메아리)

입력
199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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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대중사회가 아니더라도 인기스타는 젊은이의 우상이게 마련이다. 부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나이인 10대들은 어떤 면에서 우상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우상을 통해 자신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를 대리체험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은퇴소동을 벌인 인기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특히 「우상」이란 단어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서태지와 우상」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상」이란 말이 영어로 「idol(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우상화를 꿈꾼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로서는 첨단인 랩과 브레이크 댄스, 강렬한 실험정신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92년 데뷔하자 마자 10대들의 우상이 되었다. 사실 「서태지…」는 우상 역할을 했다. 그들은 가볍고 발랄한 춤과 음악으로 젊은이의 희망과 정서를 노래하고 위로했다.

「서태지…」가 데뷔하기 전 우리 10대들은 클리프 리처드(69년)와 레이프 개럿(80년),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92년)등 유명 외국가수의 내한공연 때마다 광란에 가까운 열정을 폭발시켰다. 그 10대의 열광을 우리 가수, 우리 노래로 돌아오게 한 공로자도 그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잠적해 있는 동안 매일 100여명의 소녀팬들이 서태지 집앞을 서성이며 「컴 백 홈」을 노래했다. 그러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우상은 무책임했고, 순수하지 않았다. 그들이 팬의 순정을 담보로 상업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었다. 은퇴 기자회견 하루 전인 30일 그들의 팬클럽연합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내며」라는 송사를 보냈다. 그러나 31일 「서태지…」는 성명서 한 장만 읽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도망치듯 떠났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 팬들에게는 안된 얘기이겠지만, 우상은 언젠가 깨어져야 한다. 그런 고통 없이는 인간이 성숙해지지 않는다. 첨언하자면 「idol(우상)」이란 영어는 「잘못된 인식」이라는 논리학적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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