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통찰력·범죄 비판 등 결여영화는 사진이나 연극보다 현실감을 준다. 움직이는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현실감 때문에 영화에서는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된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바로 영화매체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관객과 게임을 벌인다.
관객들은 버벌(케빈 스페이시 분)이라는 다소 둔해 보이는,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것같지 않는 한 범죄집단 조직원의 증언에 의해 이 게임에 초대된다. 버벌의 구술에 의해 과거의 단편들이 한 조각씩 드러나고,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은 버벌을 취조하는 형사의 몫이자 관객들의 몫이 된다.
사건은 마약밀매상들의 암투로 화물선이 폭파돼 27명이 희생되면서 시작된다. 생존자 버벌은 이 사건이 6주전 뉴욕의 총기운송차 도난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증언한다. 그때 자신을 포함한 전직경찰, 폭파전문범, 갱등 5명이 1차 용의자로 경찰에 불려갔고, 바로 거기서 범죄모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첫 범죄에서 얻은 장물을 처분하기 위해 LA로 간 버벌일당은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전설적인 갱 카이저의 함정에 빠져든다.
이후 영화는 증인 버벌의 말과 그 말이 유도해 내는 이미지라는 증거물을 이리저리 짜맞추고 있는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결론을 제시하곤 『놀랬지?』라고 소리지르면서 영악하게 끝난다. 자신이 풀었다고 생각했던 정답이 사실은 다른 사람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오답이었음을 발견했을 때의 경악감과 낭패감, 그리고 감독에 대한 경탄을 계산한 모양인데, 사실 브라이언 싱어감독에게 하고싶은 말은 『아니다』이다.
5명의 용의자가 한 지능적인 범죄자의 계획에 의해 함께 1차 용의자로 지목된다는 설정은 신선하지만, 그 후 예측가능한 결론으로 치닫게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스펜스를 위해 서스펜스만을 제공할 뿐,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범죄를 구조적으로 생산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결여돼 있다.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저예산독립영화들이 새로운 영화형식으로 인종갈등이나 성문제 등을 제기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이 영화의 성과는 실망스럽다.<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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