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들이 「내가 이정도로 기반을 닦았다」는 자랑을 하고 싶을때 쓰는 단골메뉴가 있다. 『신용카드회사들이 월사용한도 몇만달러짜리 골드카드를 만들라고 안내문을 막 보내는데 귀찮아 죽겠어』이는 바꾸어 말하면 갓 이민왔거나 재정상태가 불량한 사람은 신용카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신용카드발급 자동차할부구입 은행대출 외상구매 등의 신용거래에는 어김없이 철저한 조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마누라없이는 살아도 신용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통용될 만큼 신용이 중시되는 미국사회에는 개인의 신용도를 전문적으로 조사, 판정하는 회사가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빅스리」로 불리는 이쿼팩스 TRW 트랜스유니언 등이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디스켓을 통해 정기적으로 거래정보를 제공하는 백화점 금융기관 자동차할부회사 등 전국에 깔려있는 5만∼10만 단위의 정보소스(동시에 정보의 수요자)를 갖고 있다. 이들 빅스리는 각각 1억5,000만개에 달하는 정보파일을 보유하고 있다가 기업들이 특정개인의 신용상태를 문의해오면 돈을 받고 이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신용조사회사를 통해 고객의 신용도를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고 개인은 그동안 쌓아온 신용을 담보로 물건을 사거나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엄격한 부작용방지 법규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한 개인의 피해와 사생활침해 사례가 빈발하지만 정보파일이 신용사회의 근간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신용조사는 1899년 애틀랜타시의 가이 울포드, 케이터 울포드형제가 불량거래자때문에 고민하는 상점들에 마을사람들의 신용도를 매긴 「개인신용등급표」를 만들어 팔았던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빅스리가 90년대 들어 캐나다 남미 일본 유럽에도 진출하기 시작,울포드형제의 「신용등급표」는 100년도 안돼 세계인의 씀씀이를 훤히 꿰뚫는 신용사회의 「빅브러더」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뉴욕=김준형특파원>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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