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증가율 계속 추락·재고 15% 폭증/양극화·비자금 충격속 「견인력」 상실/「고물가 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비자금파문의 경제적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두명의 전직대통령 구속에 이어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들을 무더기로 법정에 세운 비자금파문은 그렇지 않아도 하강국면에 들어선 국민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파문에 휩싸였던 지난해 12월 우리 경제는 생산위축 재고급증 설비투자감소등 극심한 냉각기류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6.9% 증가, 5개월째 증가율이 감소하면서 94년 2월이후 22개월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중공업은 10.1% 증가했지만 경공업은 3.9% 감소해 양극화의 심각성을 드러냈고 출하도 7.2% 늘어나는데 그쳐 역시 2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재고는 반도체 컴퓨터주변기기등 호황업종의 수출둔화와 내수부진이 겹쳐 15.4%나 폭증, 92년 7월이후 4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40∼50%에 달했던 국내기계수주(설비투자) 증가율은 12월중 11.4% 감소했고 투자예고지표인 기계류 수입허가액 역시 4.2% 줄어들었다.
경기하강은 지난해 10월부터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문제는 하강속도가 너무 빨라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원은 『지난해 중반까지 성장률이 워낙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하강폭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연착륙의 기대는 줄어들고 경기급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 싶더니 바로 침몰하는 양상을 빚은데는 비자금파문이 큰 역할을 했다. 국내외 경제여건만으론 경기 급강하의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방향타를 예측할 수 없고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상황에서 생산·투자활동이 제대로 될리 없다. 중소기업은 양극화속에, 대기업은 비자금파문에 휘말려 결국 우리 경제는 하강을 떠받칠 「버팀목」도, 연착륙을 유도할 「관제탑」도 상실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진행에 있다. 우성건설부도가 발생한 1월, 설날연휴가 겹친 2월의 산업생산도 12월보다 별로 나아질게 없다. 정부가 「재계끌어안기」에 소매를 걷어붙였다고는 하나 비자금사건은 아직 계류중이고 총선이후의 상황도 여전히 시계 제로상태다. 여기에 물가도 만만치 않아 자칫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재경원은 최근의 경기상황에 대해 『안정기조를 유지한다는 당초 방침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의 탄력적 공급 및 금리위주 통화관리 ▲표준건축비 인상 ▲재정투자 조기집행등 우성건설부도이후 보여준 일련의 조치를 보면 어느 정도는 「단기부양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선거가 임박해질수록 선심성 경기대책은 더욱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금은 확실히 경기하강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추락은 경제내부 아닌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에 원인이 있고 경기대책도 당연히 그 방향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확한 원인진단없이 정치사회적 예측가능성을 배제한 채 어정쩡한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저물가 적정성장」의 안정기조는 깨지고 경제엔 또한번 거품만 부풀려질게 뻔하기 때문이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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