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한 날 한 시에 다수가 한 장르를 수용하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가령 미술전람회를 구경하는 사람들보다 좀더 집단적이고 직접적인 면을 잘 보여 주게 된다. 그래서 공연장에서의 관객의 매너는 문화를 접하는 국민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의 매너가 빠르게 세련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는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를 수용하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라는 것은 연주자와 관객과의 격차가 없어지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대등한 입장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관객이 연주자에게 주눅이 들어 있을 때는 오히려 마음놓고 갈채를 보낼 수도 없고 적당한 양의 앙코르도 청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관객의 매너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관객이 공연장의 관리인이나 심지어 연주자에게 불쾌감을 얻는 수가 있듯이 반대로 관객들의 무례한 행동을 상대편에서 감수하게 되는 사례는 공연장 관리인들은 거의 매일 겪는 일이다. 홀 안에서의 관객의 매너는 물론 대부분 연주자와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빨리 세련되어가고 있는 면은 대체로 홀안에서의 매너이지만 아직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것은 많다.
예컨대 갈채를 보낸다고 휘파람을 부는 따위의 행동은 팝과 클래식음악을 한 솥에 넣고 끓이는 새로운 관행에서 나온 잡스러운 풍습이다. 홀 밖에서의 관객의 매너는 공연장 관리인들과 부딪치면서 나타난다. 어디나 제도개선은 수시로 요구되는 것이고 공연장도 마찬가지이지만 제도개선은 아우성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제도개선의 건의가 받아들여져 새로 실행되기까지는 룰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이를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는데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이다(억지를 부리고 폭언을 하는 사람중에는 스스로 대학교수라고 밝히는 사람도 있다).
공연장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하는 것은 이미 18세기부터 내려오는 관행이지만 서양 근대문화의 산물인 연주회의 형식 자체는 주체가 누구이든 주인이 손님을 초대하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고 오늘날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연주회장에 가는 사람은 자기 돈 내고 입장권을 샀다 하더라도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마음으로 가야 하는 것이고 초대한 사람이나 초대받은 사람이나 쌍방이 체면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매너의 실마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