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기념 콘서트·사진집 등 시리즈상품 준비/앨범판매 등 바람불면 엄청난 돈 벌어들일듯/팬 심리적 공황 외면에 곱지않은 시선 늘어예상보다 큰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잠적 소식이 알려진지 1주일이 지났다.
당사자들이 아직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10대의 소녀열성팬들은 신경질적이고 혼란스런 심리적 공황을 일으키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이들이 은둔·침묵하고 있는 것이 이제 대중 앞에 나서기 괴로워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도의 계산된 상술 때문인지를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적 직후 매니저 김철씨(33)는 『2월 중순께 정식으로 은퇴의사를 밝히려 했으나 미리 알려지는 바람에 일정에 혼선이 생겼다. 팬들의 충격에 대한 걱정 등 정식발표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곧 입장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 정리기간」이 1주일을 넘으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하고 있다.
우선 그들이 청소년 문화에 미친 영향에 비춰볼 때 공인의식이 없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태지의 집 앞에는 1주일째 100여명의 소녀팬들이 「은퇴저지」 등을 외치며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팬들은 『자살조가 만들어졌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흘리고 있으며, 29일에는 SBS MBC등 방송사를 찾아가 「서태지…」에 대한 부정적 보도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편 이 사건과 폭력조직의 연관성을 조사해온 경찰은 29일 『그럴 개연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끝냈다.
고교 2학년 여학생의 어머니 김윤미씨(45·서울 강동구 천호동)는 『딸이 좋아해 나도 호감을 갖고 있었다. 아이가 방황한 지 1주일이 넘으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이제는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상술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이들이 은퇴를 위해 마련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베스트 앨범, 뮤직비디오, 사진집은 물론 바자를 겸한 은퇴 콘서트까지 준비했다. 가요계는 『이 「시리즈 상품」이 히트할 경우 100억원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고 계산한다. 가요계에 흔한 「음반 판매를 위한 관심 끌기 작전」이라는 해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S레코드사의 김모사장은 『결과적으로 그들은 마지막까지 큰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 음악인이 음악을 그만 두겠다는 이야기도 수긍하기 힘들지만 순수한 팬들의 열정을 볼모로 욕심을 채우려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매니저 김씨는 『31일 본인들이 직접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이 명분을 살릴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권오현기자>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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