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콜롬비아대선 마약자금 파문/삼페르하야 “초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콜롬비아대선 마약자금 파문/삼페르하야 “초읽기”

입력
1996.01.30 00:00
0 0

◎검은돈 수수 발뺌하다 측근폭로로 들통/전직 마약담당검사 피살 더욱 곤경으로마약자금 수수의혹으로 현직 대통령이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이번에는 전직 마약담당 검사가 암살됐다.

28일 피살된 펠리페 로페스전검사는 세계 최대 마약조직 「칼리카르텔」본거지인 칼리시 지청장을 지냈고 마약조직과 공권력간 「커넥션」의 전모를 알고 있어 여러번 살해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페스 검사의 피살은 94년 대선시 마약조직으로부터 600만달러(한화 약46억달러)의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인해 에르네스토 삼페르 대통령이 벼랑끝에 몰려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삼페르의 검은자금 수수의혹은 취임직후부터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그때마다 그는 강력히 부인했고 대신 그의 심복들이 희생양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22일 대선때 선거대책본부장으로 구속상태인 페르난도 보테로가 『대선때 마약자금이 유입됐다』고 「양심선언」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삼페르는 『마약자금이 유입됐더라도 나 자신은 모르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또다시 발뺌했다. 분노한 대학생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그는 서서히 고립무원으로 빠져들었다. 각료 3명과 대사 6명이 사임했고 군장성 1명도 『정직하지 못한 정부를 위해 일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여기에 콜롬비아의 전경련인 「상업동맹」도 가세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27일 대통령 측근이 『대통령이 마약자금 사용을 직접 지시했고 지난해 9월 남미정상회담에선 카르텔간부와 비밀회동했다』고 폭로, 삼페르에 결정타를 가했다. 벼랑에 몰린 삼페르는 비상조치를 3개월 연장하고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로페스 전검사가 대로상에서 피살된 것이다.

콜롬비아는 80년대부터 마약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도덕적 명분에서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이 조치는 마약을 재배해온 가난한 농민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마약조직과 경찰 및 정치인이 다져온 공생의 틀을 깨뜨리는 데는 효과가 없었다. 정부도 한입으로는 마약전쟁을 외치면서도 마약조직의 정치자금으로부터 깨끗한 정치인은 아무도 없으며 철저히 수사하면 정계재편과 정국불안을 가져온다고 은연중 비쳐왔다. 이번에 전직검사의 피살도 이러한 부패구조에서 공권력의 방조하에 이뤄졌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로페스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마약자금 수수설은 이제 대통령 자신만 부인함으로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심복들을 희생양으로 대선자금문제를 용케도 빠져나왔던 삼페르는 취임 1년6개월만에 불명예퇴진해야 하는 최대위기를 맞은 셈이다.<조상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