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근호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제도에 서식하는 까마귀가 석기시대의 인류만큼이나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안다는 뉴질랜드 박물학자의 놀라운 관찰기를 싣고 있다. 이를 발표한 학자는 뉴질랜드 마시대학의 캐빈 헌트박사다. ◆관찰기에 따르면 까마귀는 나무가지를 잘라 잎을 전부 떼어낸 후 이를 땅이 갈라진 틈이나 구멍속에 집어넣어 곤충을 잡아 먹었다. 캐빈박사는 4마리의 까마귀가 도구를 만드는 것을 목격했고 68마리가 실제로 도구를 사용하거나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인류의 조상과 유인원을 구별하는 하나의 잣대로 도구의 제조와 이용을 든다. 인간이 유인원보다 뛰어난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요 그래서 흔히 인간을 「도구를 만드는 동물」(tool making animal)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물중 인간외에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로는 침팬지 정도로 알려져 왔다. ◆까마귀의 뛰어난 지능을 말해주는 이번 보고서는 인간과 유인원 외에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동물이 없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까마귀는 나무가지를 용도에 따라 막대기 형태뿐 아니라 열쇠형태로도 만들었다고 하니 그 지능을 알 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보고서가 석기시대 이전엔 인류의 도구 제조 및 이용 능력도 까마귀 정도였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지상의 천국으로 알려진 이 섬에서 별 자극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왔을 까마귀가 이처럼 진화한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구를 잘 만든다고 이를 활용,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살해 온 인간이 이들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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