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무의식세계 반영”/「이성주의」 반기 독특한 정신분석학 정립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1901∼1981·사진)은 프로이트이후 20세기 지성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헤겔의 철학, 소쉬르의 기호학, 야콥슨의 언어학, 레비 스트로스의 인류학 등 다양한 지적 전통을 골고루 수용, 독특한 정신분석학 이론과 체계를 정립했다.
그가 학계에 명성을 얻기 시작한 50년대 초반부터 정신분석학의 여러 주제를 가지고 정례적으로 개최한 세미나에는 항상 1,0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66년 출간된 그의 대표작 「에크리(Ecrits)」는 바로 이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을 모은 책이다. 난해한 문체때문에 프랑스인도 수십번을 거듭 읽어도 이해하기어렵다는 이 책은 국내에서 「자크 라캉―욕망이론」(문예출판사간)이라는 이름으로 94년 번역, 출간됐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라캉은 근대이후 서구철학의 이성중심주의를 대표하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사유체계에 반기를 든다. 라캉이 보기에 「나는 생각한다」는 착각에 불과하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캉은 「인간의 주체성이란 근거없는 것이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언어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언어 속에서 주체가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를 라캉은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뒤집는다.
「언어가 무의식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는 라캉의 이론은 프랑스 구조주의의 맥을 이으며 정신분석학의 치료실을 벗어나 철학, 문학이론, 언어학, 기호학, 여성학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90년대 이후 주체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바람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이론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파리에서 태어난 라캉은 파리의대를 졸업했으며 64년 정신분석학연구소인 파리 프로이트학교 설립에 이어 빈센느대 의대 정신분석학과장을 역임했다.<박천호기자>박천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