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규정 회피로 「무라야마 발언」 번복/교묘한 논법 침략행위 사실상 부정 유감『태평양전쟁의 경위는 복잡하고 전쟁의 목적이나 성격을 특정하는 게 용이하지 않아 이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식민지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태평양 각국에 커다란 고통을 끼친 사실을 깊이 반성한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일총리가 2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태평양 전쟁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같은 사람이 한 말 치고는 너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어느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역대총리의 역사발언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전 총리 발언의 반복」이란 평가와 「태평양전쟁의 성격규정 회피」라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그러나 정작 하시모토 총리 자신은 『말의 순서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통산성장관시절의 역사인식이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혀 「해석의 혼란」을 정리했다. 통산성장관 시절인 94년 10월 그는 『중국에 대한 침략행위와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지배가 있었다』면서 『2차대전에 한정할 때 태평양지역을 전장으로 삼아 고통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침략여부는 미묘하다』고 밝혔었다.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침략과 한반도 식민지배는 인정하지만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교묘한 말흐리기의 반복인 것이다. 딱 꼬집어 「망언」이라고 몰아 붙이기도 애매한 특유의 논법이다.
그러나 유엔총회가 74년 채택한 「침략의 정의」는 선전포고의 유무와 관계없이 타국영토에 대한 공격과 점령, 무기의 사용, 항만과 해안의 봉쇄등 공격행위를 폭넓게 침략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이 수락한 극동군사재판소 판결도 「일본이 41년 12월7일에 시작한 미국, 영국 및 네덜란드에 대한 공격행위는 침략전쟁이었다」고 명기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는 식의 하시모토 일총리의 답변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총리가 역사인식을 거스르는 판국에 국민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일뿐이다.<도쿄=황영식특파원>도쿄=황영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