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안되면 북미 교류도 불가”/북식량난·군사동향 예의주시 최종판단은 유보/비자발급 개선,새 배달시스템 2주내로 시행/한미관계 80점 수준… 「역사 바로세우기」 환영/대담=최규식국제1부장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를 26일 하오 대사관 그의 집무실에서 1시간가량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한미 양국관계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올해로 재임 3년째를 맞은 레이니대사는 19세때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변함없이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 온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이후 북한의 식량난이나 군사동향에 대해 한미간에 인식의 차는 없는지.
『김영삼대통령이 북한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과거와 현재 곡물생산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한미간에 큰 인식의 차이는 없다. 하와이에서 진행된 한미일 3국 고위정책협의회도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정보를 공유해 현재의 상황을 짚어 보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해서도 양국간 인식의 편차는 없었다고 본다. 양국은 북측 군용기가 비무장지대(DMZ)로 근접 이동배치된 것을 알고 함께 우려했었다. 한국의 국방장관과 외무장관, 주한미군사령관과 정규적으로 조찬을 함께 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때문에 북측 군사상황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최종적 판단은 유보하고 있지만 북한군의 이번 겨울 훈련이 축소된데 대해 양국이 함께 분석중이다』
―제네바합의에 따른 연락사무소 개설등 전반적인 북·미 관계정상화 전망은.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중 현재 핵시설 동결부분에 대한 의무를 지속해서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연락사무소 문제는 계류 상태이다. 지난해 양측 관리들이 워싱턴과 평양을 몇차례 방문한 이후 수개월동안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한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때문에 현시점에서 앞으로 이와 관련한 활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전망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정상화 문제는 논의조차 무의미하다고 본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올 상반기내에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거듭 밝히지만 1월이 다가도록 아무 활동도 없는 교착 상태라는 표현으로 전망을 대신한다.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와 개방에 나서도록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마주앉아 대화를 하지 않거나 추가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설을 서두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 해도 진전을 막는 장애가 있어 완전 정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개방을 위한 미국의 전략은.
『미국의 대북전략은 기본적으로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속에서 진행한다. 남북간 관계개선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안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전략의 기본 입장이다. 앞서 말한 남북간 관계개선, 대화의 부재가 큰 장애로 우리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절대적인 지지와 우선적인 행동 없이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또 해결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 전략의 한가지 기본 사항은 한국, 일본과 협력해 북한으로 하여금 제네바 합의문의 조항들을 성실히 이행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활동과 뉴욕에서 체결된 경수로공급협정등은 조그마한 부분이지만 한미간 인정해야할 수준의 진전이라고 본다』
―남북통일이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통일의 시점에 대한 추측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웃음). 다만 미국은 한국의 통일을 위해 각 단계별로 한국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통일문제는 전적으로 남북간에 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역할은 오로지 통일로 가도록 촉구하고 또 그 노력을 뒤에서 적극 지지하는데 있다. 또 미국의 입장은 한국인들이 바라는 조건으로 통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간 현안중 하나가 비자발급문제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없는가.
『혹시 비자발급 과정에 불편을 겪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개인적으로 사과를 드린다. 미국 대사관에서는 비자발급의 효율성을 기하기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자 신청에서 발급까지 기간을 3일로 하기 위해 인원을 확충하고 직원들의 시간외 근무, 휴일근무도 늘리고 있다. 또 팩스 신청과 함께 새로운 배달시스템을 2주내로 가동하는 등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미국에 가려는 사람의 80%가 대사관에 오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에 계신 분이라도 성인(학생제외)일 경우 여행사 추천프로그램(TARP)을 통하면 대사관에 올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올해는 50만건의 비자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해외여행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무비자국 범위에 근접하고 있다. 나의 희망은 한국이 빨리 무비자국에 도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며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문제는 별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진전은 봤지만 워싱턴에서 다시 열릴 회담에서 한국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 그리고 양국관계에 있어 불편한 조항들이 모두 제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말할 수 있는 대목은 한미 양국이 미일간 SOFA에 준하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관계를 다루는 한국언론의 논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언론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감독과 통제상황을 뚫고 나와 획득한 언론자유는 영광스런 모습이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려가는 과정에 중요한 것이 사실보도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언론이 갖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한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도 그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김영삼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한 견해는.
『김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한발자국 더 진전시키기위해 취하고 있는 노력에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진정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노력이야말로 과거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지금 한미관계를 평가할 때 100점 만점에 몇점을 주고 싶은가.
『80점을 주겠다. SOFA문제, 무역문제, 비자문제등 함께 노력하고는 있지만 개선의 여지를 남겨놓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양국관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년전은 물론이고 10년전의 관계와도 다르다. 더이상 「맏형과 동생」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와 국력이 신장, 양국은 이제 평등 관계를 이루게 됐다고 본다. 한미관계는 매우 만족할만한 수준이고 전세계에서 미국이 이처럼 공고하고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미국의 역할은.
『미국은 광주민주화운동이 한국인의 마음에 어떠한 상처를 남겼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 또한 정확한 진상을 알고싶어 한다. 미국 정부는 수년전 발표한 성명서에서 당시 움직였던 한국군 부대들이 미군의 통제력밖에 있었다는 점과 군이동을 위해 미군의 허락을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이 이같은 입장을 한국언론에 피력하고 싶어했지만 정권에 의해 사전봉쇄됐다는 사실도 성명에 기재돼 있다. 미국은 광주의 진실을 백일하에 밝히는 것이 한국의 정치를 위한 건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정부는 이에 대해 숨길 게 없다』
―올해 3년째를 맞은 재임 소감은.
『양국관계에 있어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 보람이다. 한국 동료에서부터 한국의 문화, 음식등이 모두 너무나 좋다. 우리 부부가 무엇보다도 기쁜 이유는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19세때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50년동안 한국이라는 나라는 내 인생에 뜻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내 인생의 지평에서 사라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정리=윤석민·이상원기자>정리=윤석민·이상원기자>
□약력
▲68세 ▲미 아칸소주 출생 ▲예일대 졸업, 대학원 석·박사(신학) ▲47∼49년 주한미군(방첩대) 1년반 복무 ▲55년 감리교 목사 안수 ▲59∼64년 한국 선교활동및 연대에서 기독교윤리학 강의 ▲69년 에모리대 신학대학장 ▲77∼93년 에모리대 총장 ▲93년 10월 주한미대사 부임 ▲부인 버타 레드포드 레이니여사와 사이에 2남 2녀 ▲저서 「책임론」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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