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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승리하려면/이성춘(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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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승리하려면/이성춘(일요시론)

입력
1996.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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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나라의 수도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반은 당선시켜야해. 주인당(여당)이 서울에서 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지. 진다는 것은 시민들이 우리 당을 싫어하거나 후보를 잘못 고른 때문일거야. 손가락질 받는 사람, 때묻은 사람은 갈아치워야해. 서울에서 또 지면 나를 볼 생각들 마시오』4대 국회의원선거를 한달 앞둔 1958년 3월25일 자유당 공천자대회를 마치고 경무대를 예방한 당간부들에게 당총재인 이승만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박사는 오래전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54년 3대총선에서 자유당이 전국적으로는 이겼으면서도 서울에서는 패배한데 이어 56년 2대 서울시의회의원선거에서 다시 참패한 것이다.

그러나 4대총선 결과 서울서 16석중 서대문 을구의 최규남후보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14석, 야당계 무소속 1명이 당선되어 또다시 완패하고 말았다. 하기야 자유당의 2인자인 이기붕국회의장도 겁이나 고향인 이천으로 도피, 야당후보를 매수해서 사퇴시킨 뒤 무투표로 억지당선될 정도로 서울은 반여당의 본산이 됐던 것이다.

우리나라 여당이 역대총선때 서울에서 승리한 적은 거의 없다.

선거 때마다 서울은 여야의 격전지가 되어왔지만 이번 15대 총선의 경우 서울―수도권에서의 승리는 단순히 의석의 과다에 따른 득실수준을 뛰어 넘어 여·야당, 특히 장차 3금의 행보와 정치생명 및 영향력을 판가름짓게 될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른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선거구는 전국의 253개구중 근 100여개구나 되는데다가 3금이 영남(주로 부산·경남)·호남·충청권 등을 사실상 이미 분점한 상황이어서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곧 전국 승리를 뜻하는 것이다.

만일 여당이 과반수 이상을 얻어 이길 경우 김영삼대통령은 임기후반까지 국정운영에 강력한 통치권을 행사하고 여당을 명실상부한 YS당으로 만들어 당권을 장악하며 차기 대권후보도 자신있게 고를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양김퇴장을 위한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 여소야대가 될 경우 사정은 심각해진다. 양금의 득세·공세속에 당은 균열이 생기고 레임덕 현상의 가속화로 국정운영은 힘들어지며 대권후보 선정에 적지 않은 난관과 혼선이 빚어질 것이고 주로 양김을 겨냥한 세대교체는 무산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3금 모두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이념, 사상, 전력등을 무시한채 오직 인물영입에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는 실종되고 정당은 인물끌기센터로 변했으며 여야관계는 독설과 흠집내기의 적대관계가 된 것은 어이가 없다. 소위 사생결단식의 무차별적인 인물끌어들이기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영국식선거법정신, 즉 후보의 공천은 낙하산·밀실방식이 아니라 대의원·당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공천해야하는 정신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음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이 이회창전총리와 박찬종전의원을 영입한 것은 인물끌어들이기 전쟁에서 일단 성공한 것이고 특히 수도권 공략에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성공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 잡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제 여당이 집권당중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이기고 나아가 총선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다음의 사항들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시대적변화에 부응하고 2000년대를 겨냥한 당의 이념, 노선, 좌표를 선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집권당의 컬러가 불투명하고 무색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둘째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독설과 흙탕물 공방에서 탈피, 집권당답게 각 분야에 걸친 청사진 제시로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일 책임이 있다. 셋째 마구잡이식 인물끌어들이기와 밀실공천을 중단하고 모든 조직책들에 대해 과학적 검증을 단행해야 한다.

넷째 많은 국민은 역사바로세우기와 세계화 추진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략성 여부에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고 또 아직도 참뜻을 인식 못하고 있는만큼 국민에게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알리는 노력이 시급하다. 끝으로 이번 총선은 사실상 문민정부의 치적에 대한 중간평가인만큼 성실하고 겸허하게 심판받는 자세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전국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는 스스로에 달려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의 부동표가 60%이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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