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인문계 고교입시에서 여학생 커트라인이 높아 해마다 수많은 여학생들이 억울하게 불합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때, 우리는 두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옷에 맞춰 몸을 잘라낸 교육행정의 잔인함이고, 두번째는 그 부당한 처사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오랜 침묵이다.올해도 서울등 대도시의 여학생 커트라인은 10∼30점이나 높았고, 그로인해 남학생 합격선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불합격된 여학생이 서울에서 5,300명, 전국에서 1만명이나 됐다. 교육부의 응급조치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억울한 탈락자들을 구제했으나, 내년부터 어떻게 할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200점 만점에 10∼30점이라면 엄청난 점수인데, 어떻게 그런 차별이 계속될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이익을 당한 학생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도 부모도 침묵했던 걸까. 고등학교에 떨어진 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떠들기엔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남녀 커트라인이 20∼30점씩 차이가 난것은 90년부터라는데, 올해야 겨우 어머니들이 들고 일어났으니 참아도 너무 오래 참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여학생들이 실업계를 기피하고 인문계를 선호하여 인문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푸는것은 간단하지 않다. 당장 서울에서 여학생 5,300명을 구제하자 실업계 추가모집, 인문고 야간, 특정지역 인문고등에서 정원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실업교육 강화 방침이 이번 조치로 후퇴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 문제는 일단 남녀 커트라인을 같이하여 여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업계 학교들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크게 늘려 나가는 방향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 남녀 커트라인을 같이 할 경우 정규고교생의 성비(성비)에 불균형이 온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렇다고 여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억울한 불합격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상위권 몇퍼센트안에 드는 학생들에게는 온 나라가 열렬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위권에 못드는 절대다수에게는 소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기계적으로 모집정원에 맞춰 여학생들을 잘라낸 비교육적인 행정도 그들이 상위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천재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수를 위한 지원과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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