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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구토」(고전여행: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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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구토」(고전여행:41)

입력
199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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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질의 본질 추적과정 통해 실존의 문제 형이상학적 서술/존재 부조리·인간 절망감 대변구토(La Nausee)는 실존철학자 사르트르의 첫번째 소설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그는 2차대전중에는 레지스탕스를 조직해 나치즘에 저항했으며, 전후에는 「혁명적 민주연합」이라는 정치조직에도 관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였다. 또 그가 만든 잡지 「현대」는 문학 철학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의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사상운동을 이끌어 내면서 당시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전후 가장 뛰어난 여성 지성의 상징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결혼을 했고,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는 등 그는 영원한 자유를 꿈꾸던 현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소설 「구토」는 부빌이라는 가공의 도시를 배경으로 30대 역사학자 앙트완 로캉탱의 일기 형식을 빌려 실존의 문제를 형이상학적으로 서술했다. 로캉탱은 바닷가에 널려 있는 조약돌이나 문의 손잡이 따위등에도 구역질을 느끼는 인물. 그가 구역질의 본질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줄거리다.

로캉탱은 세계각지를 유랑한 뒤 부빌시 도서관에서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의 인물들의 전기를 정리하고 있다. 어느날 그는 물가에서 물수제비뜨기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흉내를 내려고 돌을 집다가 구역질을 느낀다. 이후 그의 삶은 구토의 본질을 캐는 작업이 된다.

1개월간의 방황끝에 로캉탱은 공원의 마로니에에서 구토의 정체를 자각한다. 그가 마로니에라는 나무뿌리를 생각했을때 마로니에 나무뿌리는 「마로니에 나무뿌리」라는 말의 형체를 벗고, 모든 부위를 통해 그의 몸으로 침입해 들어온다. 구토는 인간의 언어에 의해 성립되는 의미나 본질을 박탈당한 무질서의 덩어리였던 것이다. 결국 로캉탱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전혀 존재이유를 갖고 있지 않고, 또 존재의 의지조차 갖지 않은 우연한 존재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로캉탱의 깨달음은 그의 옛여인 아니를 만나며 다시 한번 확인된다. 한때 완벽한 자아를 꿈꾸던 그녀 역시 실존의 정체를 깨닫고 완전성을 향한 꿈을 던져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단지 살아있는 고독한 한명의 여인이었을 뿐이다.

절망의 깨달음 앞에 로캉탱은 한때 자기가 쓰고 있던 소설을 단념하지만 그는 곧 소설을 집필하는 행위가 부조리와 대항하는 정당한 방법임을 깨닫는다. 즉 모든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깊은 절망감속에서 궁극적으로 절망감을 해소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가치있는 것으로 자각하게 된 것이다.

구토는 시적인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이 혼합된 어려운 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대작가들은 실존과 존재의 부조리 및 인간의 절망감을 대변한 프랑스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는다.<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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