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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지금 이곳은)

입력
199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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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지폐 곧 휴지조각”/러,괴소문에 은행 북새통/미 새지폐 발행계획 「화폐개혁」 오인/은행선 환전 커미션까지 챙겨 “시끌”모스크바에 주재하는 A회사의 지사장 부인은 최근 러시아인 운전기사가 2월부터 월급을 20달러짜리 지폐로 줄 것을 요구해 깜짝 놀랐다. 달러로 월급을 받아오던 이 운전 기사의 말인즉 2월 1일부터 미국에서 100달러짜리 새지폐가 발행되면 지금까지 통용되던 100달러 지폐는 곧 못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100달러짜리 지폐는 이같은 터무니 없는 소문으로 모스크바에서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됐다. 시내 주요 은행창구마다 100달러를 50달러 10달러 등 잔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100달러 기피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멀쩡한 루블화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일을 경험했던 러시아인들이 이처럼 새 달러화 발행에 대해 겁먹는 것은 충분히 이해 할만하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일반민중들의 기우를 틈타 한 몫 챙기려는 은행들의 한심한 자세다.

러시아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임페리얼방크 모스비즈네스방크 도쿄방크 등 주요 대형은행들은 중앙은행의 묵인하에 2월 1일부터 100달러 지폐를 루블로 환전할 때 2%의 커미션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구화폐를 미국으로 보내 새화폐로 교환하는 데 소요되는 제반경비와 달러의 위조여부를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위조달러 비율은 0.03%. 100만달러에 약 300달러의 위조지폐가 발견되는 셈이다.

러시아에는 현재 약 200억 달러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중 80%이상이 100달러짜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이 구100달러 지폐를 교환하면서 2%의 커미션을 뗄 경우 적어도 3억2,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은행의 횡포에 소비자연맹측은 기자회견을 갖고 주요은행의 커미션 부과방침에 법적대응을 선언했다. 러시아 헌법 27조와 31조에 따르면 발행연도에 따라 화폐를 차별하거나 은행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담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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