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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불 고성 일 재벌딸이 “유린”(지금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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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불 고성 일 재벌딸이 “유린”(지금 이곳은)

입력
199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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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구입후 문화재급 장식품분해 처분/“박물관 건립 약속위반” 배임죄 쇠고랑일본 부동산 재벌의 딸이 프랑스의 고성들을 사들인 후 성내 대리석 조각품등 문화재급 내장들을 몰래 분해, 팔아 온 사실이 드러나 프랑스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주인공은 일본 부동산 임대및 운수·도박업 재벌인 「니폰 산유」의 오너 요코 히데키의 딸 나카하라 기코(50). 프랑스인 남편을 두고 있는 그는 85년부터 유럽의 「고성 사냥」에 나서 89년까지 프랑스 영국 스페인내 15개의 소규모 성들을 사들였다. 프랑스에서 사들인 8개의 고성은 18세기에 지어진 파리 근교의 로시니 쉬르 센 성등 과거 영주나 귀족들이 살던 조그마하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곳들이다. 그는 성의 유지비를 감당해낼 수 없는 성 주인들에게 현찰을 들고 접근, 700만 프랑(약 10억6,000만원)∼3,400만프랑(약 51억4,000만원)이란 「헐값」에 성들을 매입했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문화재 보호의식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매입당시 『앞으로 성을 건립당시보다도 더 멋지게 복원할 계획』이라며 『성의 일부는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성을 인수한 직후부터 값나갈 만한 성내부의 각종 문화재들을 해체해 외부로 빼돌리기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게 되는 법. 지역 문화재보호단체들은 그가 사들인 성이 수년동안 유령의 성 처럼 방치되고 있는 사실에 의혹을 제기했으며 결국 검찰수사로 마각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는 21일 배임혐의로 베르사이유 교도소에 구속수감됐고 프랑스인 남편은 잠적해 수배중이다. 관계자들은 그가 문화재들을 팔아치운 뒤 성을 호텔등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전매해 투기차익을 챙기는 꿩먹고 알먹기 식의 장사를 구상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파렴치한 행위야 말할 나위가 없지만 1세기전 총칼을 앞세우고 세계 곳곳에서 문화재를 약탈했던 프랑스가 돈을 무기로한 졸부에게 약탈당하는 신세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파리=송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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