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공존 시각서 인류의 미래 진단/궁극적으론 동양의 노장사상과 상통최근 열풍처럼 우리의 문화계를 휩쓸고 지나갔던 포스트모더니즘은 한 시대로부터 다음 시대로의 이행기의 현상이 아니었던가 싶다. 왜냐하면 잡다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조류들이 이제는 몇 가지 굵직한 흐름으로 정리되어가는 듯이 보이며 이 흐름들은 다시 한 가지 커다란 이념으로 귀착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말도 많았던 세기말의 제현상이 시간이 가면서 하나씩 의미를 잃어감에도 불구하고 그 퇴색되지 않는 가치 때문에 오히려 점차 영향력이 확대되어가고 있는 사조로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생태론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이 어려운 시대의 문화가 거둔 긍정적인 수확이고 미래의 대안이 될만한 것 같다.
그런데 강대국과 약소국,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한 구조를 타파하고 화해로운 관계를 수립하자는 취지야말로 사실은 온 지구 구성원이 함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생태학의 이념에 바탕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각 분야의 권위있는 학자들이 예견하고 있는 미래의 학문적 패러다임으로서 생태학에 입각한 통합적인 이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생태학이 차지하게 될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20여년전, 대학에서 수강했던 생태학의 짧은 지식이 그래도 오늘을 보는 스스로의 안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필자가 요즘 다시 필요성을 느껴 접하게 된 책이 유진 오덤 교수의 「생태학(동화기술간·이도원 옮김)」이다. 알고 보니 오덤 교수는 대학시절 교재의 저자이기도 했고 역자인 서울대 이도원교수는 필자와 함께 생태학강의를 들은 바 있었다.
생태학계의 대부인 오덤 교수는 이 책에서 본래 자연과학의 전문분야인 생태학의 이론과 실제를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 설명해 나가고 있다. 그는 지구를 생명부양계(Life―Support System)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 안에서 인구성장, 토양침식, 자원고갈, 대기오염등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이슈들을 기초생태학의 원리와 관련지어 다루고 있다. 나아가 그는 생태학의 이념이 경제학과 윤리학의 영역에까지 확대되어 하나의 총체가 될 때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 마디로 오덤 교수의 생태학은 만물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의 발로로서 그 궁극적 취지는 동양의 노장사상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사실 생태학이라는 학문자체가 자연을 줄곧 대상화해 온 서구과학의 입장에서는 이단아이다. 역자인 이도원교수가 그의 생태학을 서양에서 피는 동양정신의 한 줄기라고 평가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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