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사임요구에 “국민투표로 결정”집권이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스캔들로 벼랑끝에 몰린 에르네스토 삼페르 콜롬비아대통령(45)이 24일 자신의 집권계속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라는 최후의 카드를 뽑았다.
삼페르가 이같은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은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 대선때 마약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된 페르난도 보테로 전국방장관의 폭로때문이다. 보테로는 22일 TV회견에서 94년 대선당시 세계최대 마약조직인 칼리카르텔로부터 600만달러의 검은 돈을 받도록 지시한 장본인이 바로 삼페르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폭로는 『마약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해온 삼페르의 주장을 일거에 뒤집는 것은 물론 삼페르가 마약조직과 직접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 증언이다. 삼페르는 마약근절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94년 8월 취임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보테로의 폭로는 콜롬비아 정국을 뒤집어 놓았다. 야당과 학생들은 물론 재계까지 가세해 삼페르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집권여당 내부에서조차 장관과 대사등 고위인사들의 반발 사임사태가 이어졌다. 알폰소 발디비에소 검찰총장은 보테로의 주장을 검토한 뒤 지난해 말 삼페르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린 하원 특별조사위에 자료를 제출해 삼페르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삼페르 대통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민투표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투표결과에 관계없이 삼페르는 이미 폭풍우속의 촛불과 같은 신세로 전락했음이 분명하다.<조희제기자>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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