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날 잡기쉽고 가격할인 혜택까지「겨울에 떠나는 바캉스」
휴가는 여름에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다. 신세대 직장인들은 굳이 여름휴가를 고집하지 않는다. 여름철에 고스란히 휴가를 반납했다가 한겨울에 스키장 등에서 설원의 바캉스를 즐기거나 동남아 등 열대 휴양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젊은 직장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겨울휴가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름 바캉스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더운 날씨와 바가지 요금에 시달리다가 자칫 짜증스런 기억으로 남기 쉬운 여름 바캉스 대신 여행객이 적은 겨울철에 휴가를 즐기는 것이 즐겁고 실속도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스키 등 겨울레저의 폭발적 인기도 이같은 신세대 직장인들의 성향에 힘입은 바 크다.
S전자에 근무하는 박진영씨(26·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지난여름 주어진 5일동안의 휴가를 늦춰 지난연말 스키장에서 「크리스마스 바캉스」를 보냈다.
여름에는 주말을 이용한 짧은 여행으로 피서를 대신한 박씨는 『여름에는 사내 경쟁에 밀려 원치않은 날로 휴가일을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나 겨울에는 휴가일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좋다』면서 『더위와 피서객에 쫓겨다닐 필요없는 겨울이 휴가를 즐기기에는 오히려 적격』이라고 말했다.
I사에 근무하는 김모씨(28·경기 안양시)는 이달말 3박4일 일정으로 동남아로 바캉스를 떠날 계획. 김씨는 자신이 1년동안 쓸 수 있는 5일의 휴가일 중 2일은 여름에, 3일은 겨울에 배당했다. 김씨는 『휴가를 꼭 피서철에 떠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겨울에 해수욕을 즐기게 될 이번 휴가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휴가를 여름에 한정하지 않고 연중 어느때나 자유롭게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직장이 늘고 있는 것도 젊은이들의 휴가계절파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J광고회사에는 여름철에 휴가를 떠나는 사원이 50%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팀 한 관계자는 『미혼 사원이나 취학전아동을 둔 젊은 사원은 여름보다 겨울 등 다른 계절에 가는 휴가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L사도 사원의 15∼20% 정도가 여름대신 겨울로 휴가일을 선택했다.
겨울철 여행객이 늘어나자 예전같으면 비수기로 알려진 1월 중순부터 2월까지의 유명 휴양지 항공권과 숙박시설이 동나는 등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겨울여행객이 노리는 「비수기특혜」도 이런추세라면 머지않아 사라질 전망이다.
여행사는 동남아·호주·중국 등지로 휴가를 떠나려는 젊은 직장인들로 2월중순까지 예약이 이미 완료됐다. 서울 S여행사의 경우도 올해 겨울휴가를 얻어 괌 사이판 등 동남아지역으로 해수욕을 가거나 국내외로 스키투어를 떠나려는 젊은 직장인들이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이 여행사 김윤임계장(33)은 『겨울철에 3박4일정도 일정으로 휴양지를 찾는 젊은 직장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며 『예약문의가 늘자 항공사나 숙박시설에서 비수기인 1월 중순에 성수기요금을 적용할 정도』라고 말했다.<김경화기자>김경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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