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여명 집단유급 내주가 고비/교육부 “최악상황 피하자” 규정 신축적용 움직임/법정수업·출석일수 축소 다음주까진 “실낱희망”한약학과의 약학대내 설치를 반대하며 지난해 9월20일께부터 수업을 거부해온 전국 11개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종 유급이 우려되는 대상자는 수업을 받아온 334명 등 500여명을 제외한 3,300여명(본과4년제외)이다. 학교별로는 경원대(114) 동의대(261) 원광대(293) 경희대(540) 대전대(428) 경산대(612) 세명대(126) 상지대(273) 동국대(397) 우석대(136) 동신대(120) 등이다. 수업거부 초기때부터 「수업 없이는 학점없다」는 원칙을 줄곧 지켜왔던 교육부는 현재 가능한 편법을 끌어쓰더라도 무더기 유급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육부는 먼저 교육법 시행령과 각 대학마다 조금씩 다른 학칙을 최대한 신축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해 교육법시행령에 따라 한 학기에 16∼17주의 수업일수를 채우도록 규정된 학칙을 15주로 줄이는 것을 대학이 요청하면 받아들일 생각이다. 또 현재 수업일수의 4분의3 이상을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한 일부대학이 학칙을 3분의2로 줄이는 것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천재지변 또는 기타 교무형편상 부득이한 경우 2주이내에서 수업일수를 감축(교육법시행령 62조2항)하는 것만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의 방침선회는 93년 때처럼 집단유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점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정수업일수와 최소출석일수가 지켜져야 한다. 교육부는 먼저 법정 수업일수는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27일 각 대학이 학생들의 집단수업거부와는 상관없이 1명이 출석하더라도 강좌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최소출석일수다. 11개대가 조금씩 다르지만, 각 대학이 이미 2학기초 2주6일(경희대)에서 4주4일(경산대)까지 수업을 해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6주1일(경산대)에서 9주(동의대)의 보강이 필요하다. 따라서 만일 25일부터 2월29일까지 정상수업을 하게되면 4일(경산대)에서 3주3일(동의대)이 모자라게 된다.
이렇더라도 수업일수를 15주로, 최소출석일수를 3분의2로 각각 줄이는 쪽으로 학칙이 바뀌면 보강수업일수가 5∼7주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한의대생들이 다음주까지만 수업에 들어가면 토·일요일과 평일의 조기·야간수업 등을 통해 부족수업일수를 메울 수 있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학생들이 끝까지 수업에 복귀치 않아 무더기로 유급됐을 경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93년 집단유급사태 때처럼 학년유급제로 돼 있는 현행 학칙을 학기유급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의대생들은 유급이 되더라도 계절학기 등을 통해 학점을 채워 정상적으로 졸업은 할 수 있다.<최성욱기자>최성욱기자>
□한·약분쟁 한의사회약사회 입장
◎한의사회 입장/한약학과 약대로 편입은 형평성위배
복지부는 93년 한·약분쟁을 거쳐 합의 끝에 만들어낸 개정약사법의 정신을 존중하고 당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당시 개정된 약사법은 ▲약사는 한약을 조제할 수 없다 (단,기존의 모든 약사와 94년도 입학 약대학생은 한약조제약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준다) ▲한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약사제도를 신설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법이 통과된지 2년만에 만들어진 한약학과를 전문교수도 없고 학과설립도 극구 반대하던 약대로 편입시켜 설립정신을 왜곡하고 있다. 또 일정관련과목을 이수한 약대출신에게 한약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약속도 이행치 않고 있다.
이런 복지부의 처사는 다른 의약계열과의 형평에도 어긋나 한의대생 투쟁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한의약업무를 담당하는 한의약국을 설치하여 민족의학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보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한방군의관과 공중보건의제도의 정착은 시급하다. 이것이 93년 약사법 개정시의 대국민 약속을 실행하는 것이며 실추된 보건복지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약사회 입장/국민보건위해 약사도 한약취급 필요
유급사태까지 빚게 된 최근 한약분쟁의 빌미는 한약사 제도이다. 한약사제도는 한의사측이 전문성을 표방하며 극한투쟁으로 입법화시킨 분쟁의 소산물이다. 한약사는 국민보건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이유, 또는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분석·평가도 없이 급조된 직종이다. 한의사 측에서는 내부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약사제도를 마치 모든 해결책인양 내세워 약사의 조제권을 빼앗는데만 급급해왔다.
정부가 한약사를 약학대학에서 교육하기로 결정하자 한의사측은 이를 반대하며 학생의 수업거부와 유급사태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 만들어진 법을 이제 와서 고치라는 것이다.
한의사측은 민족의학이란 미명을 내세워 한의학 발전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한약을 독점하겠다는 데 진짜 뜻이 있다. 한의사만 한약을 취급하여 이익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약사들은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어 원하는 곳에서 한약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학생들도 학업으로 돌아가고, 진정 국민보건을 위해 양측이 대화의 길을 열어 의료일원화와 의약분업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대사태 경과및 전망/“자퇴불사” 강경 정상화 험난/수업복귀 찬반투표 정원미달로 무산/교수들도 가세… 전원유급사태 우려
지난해 9월17일 정부가 약학대내 한약학과 설치방침을 발표하자 경희대등 전국 11개 한의대 학생들은 93년 정부가 약속한 한약학과 설립을 촉구하며 과천정부종합청사앞 등에서 시위를 계속해왔다.
전국한의대학생회연합(전한련)은 9월17일 경희대에서 각 대학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를 열고 학교별로 수업거부를 결의키로 했다. 이에따라 19일 상지대 세명대를 시작으로 ▲한약학과의 약대내 설치반대 ▲한약학과 졸업자에게만 한약사자격을 부여할 것등을 주장하며 전국 11개 한의대가 무기한 수업거부에 돌입했다.
9월30일에는 교육부가 『원광대와 경희대가 한약학과 설치를 신청해와 인가했다』고 발표, 학생들을 더욱 자극했다. 10월3일에 경희대 본과 1학년 67명이 자퇴를 결의했고, 예과학생들에게로 확산됐다. 6일에는 본과 4학년 학생 55명이 국가고시 거부를 결의했다.
계속된 수업거부로 유급시한이 다가오자 12월12일 한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가 독립적인 한약대학 설립과 학생수업복귀를 촉구하며 『학생들이 유급될 경우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6일 경원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들이 차례로 유급시한을 넘기면서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전원유급이란 최악의 사태에 처하게 됐다.
전한련은 유급을 피하기 위해 1월20일 수업복귀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결과 56.6% 투표율로 의결정족수인 재적인원 3분의2선을 넘기지못해 수업복귀안 자체가 무산됐다. 경희대 한의대 학생회장 장재혁군(22·본2)은 『한의대생들의 뜻이 결집된 만큼 강경대응을 해 나가겠다』며『2회 연속유급으로 퇴학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권혁범기자>권혁범기자>
◎한·약분쟁 무엇이 문제인가/업종간 힘겨루기 싸움에 눈치보기 행정겹쳐 악화/20년반목 한약학과 설치싸고 또 재연/복지부 원칙없는 땜질처방 개선필요
한의대생들이 유급위기에 처하면서 해묵은 한·약분쟁이 끝도 없는 수렁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한·약계 스스로가 인정하듯 「업종분쟁」의 와중에서 대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유급까지 불사하는 사태가 93년에 이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한·약계 양측의 힘겨루기는 국민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지만, 7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 간이나 지속돼 온 분쟁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관계당국의 눈치보기식 행정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한의대생 유급위기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9월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약학과 설치방침이다.
복지부는 『94년 1월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96학년도부터 한약학과를 설치하되 한의대와 약대가 함께 있는 대학의 약대 내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의 논리는 의·약분업 원칙이라는 대전제하에 교수인력과 시설장비의 확보, 한의학과 약학의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러나 이전까지 한약학과 설치 자체를 반대해온 약계와, 한의학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약물체계의 의학이므로 한약학과는 당연히 한의대 내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 한의계의 의견을 짜집기한 미봉책이었다. 결과는 사실상 약계의 승리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이후 한의사회는 『정부안은 한약학을 양약학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일단 한약학과 설치 자체는 수용하는 분위기였고, 약사회는 『약권은 하나이므로 한약학과는 원칙론적으로 용납할 수 없으나 설치한다면 약대 내에 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을 보여 양 단체의 대립은 소강상태로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한의대생들은 정부안을 반대, 수업거부를 잇달아 결의해 전국 11개 한의대로 확산됐다. 약대생들도 정부안이 한양방 의료일원화에 배치된다며 일부대학이 한동안 수업거부를 하기도 했다.
한의대생들의 요구는 크게 두가지. 한약학과는 한의대 내에 설치돼야 한다는 것과, 한약학과 출신자만이 한약사가 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 현행 약사법 3조2항은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대학에서 한약관련과목을 95학점 이상 이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과 한의계의 주장은 의사 약사등 다른 의료인 자격시험과는 달리 한약사 시험은 응시자격에 전공의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약대생들도 학점만 이수하면 응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화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약사회도 또다른 계기가 있으면 한의계와 정부에 대한 공세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돼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한·약계의 대립은 쟁점마다 첨예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한의대사태 일지
<95년>
▲9월17일 복지부, 약대내 한약학과 설치, 한약조제시험 실시 등 방침발표. 전한련 상임위원회 학교별 전면수업거부결의
▲18일 한의사 무기한 농성 돌입
▲20일 상지대 세명대를 시작으로 수업거부 돌입
▲29일 전국 한의과대 교수 학문수호결의대회
▲30일 교육부, 경희대 원광대등 2개대에 한약학과 설치발표
▲10월3일 경희대 본과 1학년 자퇴결의
▲6일 경희대 본과4학년 국가고시 거부결의
▲12월12일 한의과대 교수, 학생들 집단유급시 교수직 사퇴결의
▲26일 경원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 유급시한을 넘김.
<96년>
▲1월21일 전한련 찬반투표 결과, 투표정족수 미달로 수업복귀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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