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액션물 등 편중제작 후유증/성격창조 한계… 감독 직접 출연도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들다. 한국영화는 근래 의욕적으로 장르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것을 받쳐줄 배우가 없다.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멜로물이나 새로운 성격창조가 요구되는 작품일수록 배우난은 심각하다. 영화계에 따르면 『코믹연기하면 박중훈 최진실, 액션하면 최민수』 하고 꼽을 수 있지만, 나머지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보범죄인 컴퓨터 해커들의 얘기를 다룰 이정국 감독의 「채널 69」는 계획보다 넉달이나 늦은 이달말에 겨우 촬영에 들어간다. 그동안 주인공 제하 역에 맞는 배우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신현준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처음 한석규를 적임자로 생각했으나 다른 영화에 출연중이었다. 비슷한 비중의 석기 역 역시 이미지가 맞는 연기자가 드물고 그나마 TV드라마, 영화 등에 겹치기 출연중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홍경인이 맡게 됐다.
곽지균 감독이 86년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신 겨울나그네」는 남녀주연이 4명이나 돼 상황이 더 나쁘다. 작품의 성격상 겨울에 촬영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두달째 속만 태우고 있다. 곽감독은 『지명도보다는 신인급이라도 과거 강석우(민우 역) 이미숙(다혜 역) 안성기(현태 역) 이혜영(은영 역)처럼 감성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실토한다. 손창민과 오연수가 잠정적으로 정해졌지만 아직도 나머지 2명은 미정이다.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그동안 「우리영화의 장르 편중화」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박종원 감독(영상원 교수)은 『대기업까지 가세해 몇년째 코미디와 액션물로 몰아가다 보니 배우들까지 거기에 휩쓸려 버렸다』고 개탄했다.
TV의 트렌디 드라마가 내면연기보다는 연기자들을 감각과 순발력에 치우치게 만들어, 결국 그 영향이 영화에까지 연결되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 여자연기자의 경우 대부분 최진실 류의 재치연기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영화계가 여자주인공은 역할을 줄이면서까지 연기력보다는 외모중심으로 선발하는 것도 연기자층의 축소를 자초하고 있다.
걸맞은 배우가 없자 박철수(학생부군신위) 배창호(러브 스토리) 여균동(맨?) 등 감독이 자기작품의 주연을 맡는 일도 많아졌다. 배우의 성격에 맞춰 시나리오를 억지로 뜯어고치는 사례도 있다. 작품을 위해 어느쪽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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