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탈피한 동성애 재치있게 담아/도전적 위트·세밀한 연출등 소자본으로 대효과도전적인 위트와 질박한 지혜로 가득찬 영화다. 그래서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고, 가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남녀의 삶을 대가족의 구성과 해체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내일로 흐르는 강」(감독 박재호)은 「아버지」와 「가족」이라는 부제가 달린 2부로 이뤄진다.
현재 대기업과 손잡고 제작되는 영화들에 드는 비용의 3분의 1정도인 3억5,000만원으로 만들어진 저예산 독립영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디」영화의 경우 제작비 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중일반보다 특정관객을 소구대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일로…」가 동성애의 문제를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대자본으로부터 비교적 독립되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자본의 빈곤이 작품을 풍요롭게 만든 셈이다.
남편이 빨갱이로 몰려 죽은 심약한 마음을 가진 여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부잣집에 세 번째 부인으로 들어간다. 억압적 가장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 정민이 출생하지만 그녀의 불행은 계속된다. 전남편의 자식들이 의붓아버지의 폭압을 견디지 못해 차례로 가출하고, 특히 딸 명희(김예령 분)는 어머니의 체념적인 삶의 방식을 증오하기까지 한다.
2부에서 정민(이대연 분)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주책없이 많이 먹기만 하는 보디가드형 여자보다는 따뜻하고 사려깊은 남자 승걸(이인철 분)에게 애정을 느낀다. 승걸은 밥과 다림질은 물론 다 하고, 승용차까지 사준다.
육체관계보다는 정을 강조한 이같은 관계설정은 동성간의 성애를 강조하는 외국의 게이영화들과 상당히 다르다. 승걸과 정민의 관계는 형과 동생, 친구 그리고 연인과 가족사이를 적당히 오가고 있는 듯하다.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외로운 정민이 컴퓨터노래방을 켜놓고 이웃이 들을까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노래를 부른다든지, 밤을 같이 보낸 후 승걸에게 자판기의 커피를 건네주며 얘기를 하는 장면등인데 이런 작은 세부묘사들이 온화한 정감을 선사해 준다.
웃음을 실어 도전적 화두를 던지는 이 영화는 완성도 면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쾌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