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쓰고 참아내기” 이젠 그만/현장실습 무전여행 심층관찰 등 다양/개성 감각 키우고 맡을실무 간접체험『지옥훈련식 교육은 이제 그만…』
대기업들의 96년 신입사원 연수가 신세대 사원들의 취향에 따라 현장체험과 봉사활동위주로 바뀌고 있다. 대신 일본식 사원연수를 흉내내 2∼3년전까지만 해도 붐을 이루던 집체교육식 지옥훈련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현대정유에 입사한 50여명의 신입사원은 출근첫날인 지난해 12월25일 『입고 온 양복을 모두 벗어던지고 주유소로 떠나라』는 뜻밖의 명령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돈화문주유소등 서울시내 5곳의 현대정유 계열주유소에서 3주동안 「기름밥 생활」을 체험했다. 연수초기에는 손님에게 꾸벅 절하는 것조차 어색했으나 지난 13일 3주간의 연수를 마칠때는 눈감고 주유를 할 정도가 됐다.
지난해 학력파괴를 선도했던 삼성그룹도 신입사원들에게 특색있는 사원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3박4일간 무전 배낭여행을 실시했다. 한푼의 여비없이 전국을 일주하는 이번 여행에서 신세대 삼성맨들은 자기가 방문한 지역주민들의 삼성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거나 삼성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코오롱그룹도 봉사활동을 신입사원연수에 적극 반영했다. 지난 8일 이 회사 신입사원 100여명이 수원시 팔달구청과 권선구청에 빗자루를 들고 나타난 것도 봉사활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신입사원들은 이날 「1일 환경미화원」으로 고용돼 미화원등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두명씩 조를 이룬뒤 영하의 강추위속에서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날랐다. 먼지투성이인 쓰레기차에 몸을 싣고 수원시 주택가 골목의 구석구석을 누빈 것은 물론이다.
다차원면접으로 면접파괴를 선도했던 (주)미원의 신입사원연수의 백미는 관찰학습. 미원의 신입사원들은 지난 17일 2인1조로 관찰조를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이 스스로 연구대상을 선정, 1주일간의 심층관찰 끝에 제출한 60여편의 보고서에는 명동거리의 최신헤어스타일, 방과후 어린이의 오락유형, 서울역 구두닦이의 삶,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함됐다.
어린 학생들의 오락유형을 연구한 유성주씨(30)는 『관찰학습을 위해 동네 오락실에서 매일 3시간씩 5,000원정도를 투자했다』며 『전자오락솜씨가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청소년 소비자의 행동유형에 대한 나름대로의 감도 섰다』며 이색연수를 마친 소감을 말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미원의 영업정책에 참고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신입사원들의 연구결과보다는 그들의 연구과정을 중시한다. 이 회사 홍보실 이삼기과장(40)은 『업무추진과정에서 부딪치는 시행착오를 미리 경험토록 하는 것이 관찰학습의 목표』고 말했다.
96년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의 또다른 변화는 「매너교육」의 등장이다. 삼성 대우등은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국제매너를 지닌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아래 「비즈니스 에티켓」 강의를 개설, 신입사원들에게 외국의 복장 음식등에 대해 교육했다.
새로운 연수풍속도에 대해 미원 홍보실 이과장은 『대부분 군생활을 경험한 신입사원들에게 획일적인 군대식 연수프로그램은 의미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다양한 신세대의 개성과 감각, 창조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수프로그램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조철환기자>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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