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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흉악범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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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흉악범죄(사설)

입력
199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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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치안이 극도로 나빠져 국민들을 불안속에 몰아넣고 있다. 연말연시에 큰 사고나 사건이 없어 조용한 한 해의 시작을 반가워했더니 새해의 첫달이 다 가기도 전에 살인·강도·어린이 유괴·부녀자 납치 등 흉악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지난 17일부터 요 며칠 사이에만도 7세짜리 유치원생을 유괴한 후 2천만원을 내라고 부모를 19차례나 전화로 협박한 범인이 잡혔다. 10대들이 택시 운전사를 택시 트렁크속에 가두고 불을 지르는 잔인한 범행도 있었다. 납치 강도사건도 2건이나 발생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경남 밀양에서 일어난 폭력배들의 살인극이다. 폭력배 8명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뒤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는걸 다시 찾아가 칼로 찔러 살해하고 병상을 지키던 그의 동료마저 살해했다는 소름끼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폭력배들은 파출소에 연행돼 조사를 받다가 경찰관 3명을 각목으로 집단구타한 후 달아났다는 것이다. 경찰관마저 폭력배에게 뭇매를 맞을 정도라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으라는 것인가.

한동안 고개를 숙인 듯했던 흉악범죄가 다시 활개를 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민생치안을 담당한 경찰의 기강해이와 범죄꾼들에 대한 느슨한 대응자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또 학원 폭력과의 전쟁선포로 인한 치안력의 분산도 한 원인이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칼과 각목으로 무장한 폭력배들이라고 하지만 경찰이 연행한 후 어떻게 다루었기에 경찰관들이 반대로 집단구타를 당하고 그들을 놓쳤다는 말인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캐자면 전직 대통령들의 어마어마한 부정축재가 사회정의와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한데도 탓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권력을 사용해 축재를 하는 것과 범죄꾼들이 폭력을 써서 한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식의 사회정의의 문란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치부만 하면 된다는 가치관의 혼란이 범죄를 유발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흉악범죄의 다발추세를 본질적으로 예방하자면 문란해진 사회정의와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은 정치권이 해야 할 몫이다. 정치권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획득에만 골몰하면 흉악범죄꾼의 발호를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당장은 치안을 담당한 경찰이 제기능을 발휘해 범죄꾼들이 경찰을 무서워하게 해야 한다. 수사경찰력의 보강과 수사기법의 개선으로 범죄검거율을 높임으로써 수사력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경찰은 설 세밑 민생치안대책을 서둘러 국민들을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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