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허위·욕망 그려 “묘한 매력”도시중산층의 모습을 다룬 소설들이 대중소설의 새로운 매력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소설로는 가장 많이 팔린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 임영태의 「비디오를 보는 남자」, 원재길의 「오해」등은 빈 구석을 지닌채 독신으로 사는 이들의 모습이나, 풍요 속에 감춰진 도시인의 허위의식과 이기적 욕망을 다루고 있다. 외지거나 비뚤어진 주인공의 삶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윤회의 논리를 빌려 남녀의 사랑을 애잔하게 그린 「천년…」은 일견 허황된 것 같지만 오인희와 성하상의 순수한 사랑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오인희의 처지는 주독자층인 20, 30대 여성들을 휘어잡을 요소를 지니고 있다. 「무언지 더럽고 탁한 것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에 괴롭힘당하는 그는 고아로 자라나 20대 후반에 백화점 홍보실에서 광고문안 제작을 전담한다. 고아이기 때문에 사랑에 실패하고, 뒤늦게 찾아온 어머니를 거부하다가 마침내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은 독신 여성직장인이라는 생활조건과 얽혀 출판사로 3만통 가까운 독자편지와 엽서가 올 만큼 호응을 받고 있다. 100만부 판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임영태의 「비디오를…」은 이혼한 30대후반 남자의 생활을 잔잔하게 그린 소설. 어느 날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고 간판도 없는 동네 비디오가게를 인수해 혼자 살아가는 남자의 내면풍경이 결혼생활이나 세월에 대한 젊은 홀아비의 성찰이라는 고백투를 빌려 그려지고 있다. 우리의 도시 어디쯤에 있을 법한 이 남자의 처지는 한 여성과의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애틋한 감동을 준다.
「오해」에서는 도시인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다. 회사를 때려 치우고 전문번역가로 성공한 남자가 교사인 부인과 함께 서울을 떠나 전원생활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서울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꿈꾸었을 생활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다움의 모습이 아니라 불관용과 폐쇄성이다. 비뚤어진 도시인의 심리를 고소한 말솜씨를 양념삼아 흥미롭게 풀어냈다.<김범수기자>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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