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재벌」 우성도산 체감도 실제의미보다 못해/쉽게 쓰러지고 쉽게 일어나는 풍토 개선돼야유행병처럼 번지는 기업도산속에 생긴 경제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는 바로 「부도불감증」이다. 너무도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또 더 많은 수의 업체가 생겨나다 보니 국민경제의 생명체(기업)가 연쇄적으로 죽어가는 사실 자체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우성건설 부도는 30대 기업집단소속 기업의 몰락으론 85년 국제그룹이후 11년만의 일이다. 최근 몇년간 한양 라이프 덕산 유원등 수많은 대형건설업체의 몰락을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고는 하나 전국 요지에 고급아파트를 지어온 건설재벌이 무너졌다는 것은 분명 대사건이다.
비록 ▲어느 정도 예견된 부도였고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회생에 어려움이 없으며 ▲1차부도→채권단의 최종부도처리 및 법정관리·제3자인수추진발표→채권공동관리단구성→하청업체 및 입주자대책발표→법정관리신청으로 이어진 사후수습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우성부도충격의 체감도는 그 실제 의미보다 못한게 사실이다.
불감증은 정부도 기업자신도 부도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데서 비롯된다.
사실 높은 생산비용에 행정규제까지 겹쳐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도 없다지만 일면 우리나라처럼 기업하기 쉬운 나라도 없다. 재정경제원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부도기업인은 「신용전과자」로 낙인찍혀 평생 금융거래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신용을 어겨도 곧 용서가 되고 재기란 이름으로 곧 금융거래를 재개한다』고 말했다. 재기의 기회가 상존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쉽게 쓰러지고 쉽게 일어나는 것은 결코 건강한 신용사회의 징표는 아니다.
우리 기업풍토에선 확장일변도의 모험주의가 경영인의 미덕으로 통한다. 대출이건 사채건 빚경영이 당연시되고 얼마나 사업을 벌리느냐, 또 돈을 잘 끌어오느냐가 기업능력평가의 척도가 된다. 기업이 좀 커지다보면 『과연 우리를 부도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사행심에 가까운 배짱까지 갖게 된다. 우성건설도 지난해 이미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왔음에도 불구, 또 하나의 계열사(할부금융)를 설립해 확장세를 과시한 바 있다.
이번 부도처리과정에서 정부는 부실기업정리사에 처음으로 불개입을 선언했지만 안일한 부도관은 달라진게 없다. 대형부도때면 통화공급확대 하청업체지원 입주자보호등 마치 암기라도 한듯 즉각 처방을 내놓지만 근본대책앞엔 정책수단불재론만 뇌까린다. 연쇄부도사태에 한때는 『산업구조조정상 불가피하다』고 대응하다 이젠 『우리 경제가 이정도 부도로 흔들릴 규모는 아니다』 『민간기업생사에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다』라며 또한번 뒤로 물러설 기미다.
우성그룹사태만 해도 그렇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지난해 2,000억원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채권은행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으로 생각했지만 정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구제금융 원리금만큼의 부실규모만 늘리는데 정부는 주연, 주거래은행은 조연을 한 셈이다.
호경기에도 부도기업은 생기고 불경기에도 번창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기업활동의 과실이 기업인 스스로에게 귀속되듯 실패의 책임과 대가도 그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한두기업도 아니고 꼬리를 무는 연쇄부도의 고리를 끊기위해선 아무리 민간자율경제라 해도 정부역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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