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근·현대사배경 「무어의 마지막한숨」/도박·섹스·사치로 몰락하는 가계사 그려89년 소설 「악마의 시」를 냈다가 이슬람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도피생활을 해야 했던 작가 샐먼 루시디(48)가 지난해 6년만에 낸 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이 문학세계사에서 번역출간됐다.
영국의 식민지배시대부터 독립후 혼란기까지 인도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다 가마조호비 가문의 질곡어린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애칭으로 무어라 불리는 주인공 모라에스 조호비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죄 많은 집안이야기를 쓰는 「세헤라자데」역을 맡게 된다. 35세에 생물학적으로 일흔노인이 되어버린 무어가 봄베이를 무대로 향신료무역을 하며 번창했다가 도박과 섹스와 사치로 추악하게 몰락하는 가계사를 회고하는 형식이다.
인도의 대지같은 무어의 어머니 오로라를 비롯해 다 가마가의 여인들이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첫 사랑 딜리 호머즈, 요리사 에즈켈, 광기에 휩싸여 무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바스코 미란다등의 갈등이 개성있게 묘사돼 있다. 인도사회의 격변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이국적인 매력에 루시디의 익살스러운 문체가 재미를 더한다.
문장 속에 단어 대신 그림을 삽입하거나 머릿속에 흘러 지나가는 고백같은 말을 문장으로 옮겨낸 표현이 이채롭다.
이 소설도 인도 우익 힌두교세력을 대표하는 시브 세나당 당수 발 대커리를 작중인물 라만 필딩에 빗대어 「탐욕에 찌든 돈벌레 정치인」으로 묘사해 말썽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서 발간되자마자 시브 세나당의 압력을 받은 인도정부는 수입을 금지했으나 그 사이에 들어온 책들이 인도인 사이에 읽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 뉴스위크지는 전했다.<김범수기자>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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