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번영 향한 중단없는 염원 내외에 천명/회교과격파 불만·높은 실업률 등 곳곳 난제도돌을 던지던 손이 표를 던졌다.
50년 가까이 이스라엘과 피의 투쟁을 벌여온 팔레스타인인들은 20일 독립국가를 향한 역사적인 한 표를 행사했다. 팔레스타인 유권자들은 85%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을 행정수반에 선출, 평화와 번영에의 중단없는 염원을 내외에 천명했다.
240만 인구중 100만명이 참가한 이번 총선은 행정수반(대통령)과 88명의 자치평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였지만 사실상 94년 이스라엘·PLO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이고 아라파트에 대한 신임투표였다.
유권자의 약 80%가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라파트를 대통령으로 선출함과 동시에 그가 이끄는 PLO의 파타파에도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을 추구해온 아라파트에게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몇가지 문제점은 이번 선거가 화합과 번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 내외의 강경파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동예루살렘의 경우 이스라엘 군경등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 투표율이 요르단강 서안지역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또 5,000여명의 이스라엘 극우파들이 선거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강경파들의 선거 방해공작이 잇따랐다.
팔레스타인 내부를 들여다봐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회교 과격세력인 하마스는 선거를 보이콧했고 일단의 강경파들은 선거당일 4,0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며 선거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팔레스타인을 통합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표함에서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팔레스타인의 전도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한다.
94년 9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뒤 세계각국에서 약속한 경제지원중 지금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고 외국자본 유치 실적도 미미한 수준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실업률이 60%대에 달하고 있고 산업자본 형성은 커녕 생필품 조달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경제발전이라는, 민주적 선거 실시와는 전혀 별개인 또다른 험난한 과제가 팔레스타인인들 앞에 가로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의 선거를 통해 「나라만들기」의 멀고먼 도정에 있어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만큼은 분명하다.<윤순환기자>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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