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탈북자/정일화편집위원(남과 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탈북자/정일화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6.01.22 00:00
0 0

북한을 빠져 나오는 탈북자 경로가 만주나 중국과 같은 한반도 이웃에서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야 하는 아프리카까지로 넓어진 것은 유의미한 일이 아닐수 없다. 잠비아에서 탈출한 최수봉씨와 차성근씨의 경우를 보면 이들이 비록 북한외교관내부 사정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 그럴수 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탈출방향이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한국이었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탈북자들이 줄을 이을지 모른다는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외교관으로 나와 있다면 누가 뭐래도 북한내부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사정이 나을것이고 또 탈출을 결심한 후에도 한국 아닌 유럽이나 미국같은 곳을 마음에 둘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한으로 왔다. 보도된 바로는 최수봉씨외에도 사정만 허락했다면 다른 잠비아의 북한외교관들도 대거 남한으로 탈출했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엘리트 그룹인 외교관들의 사정이 이렇다면 군, 민, 관 할것 없이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으로 탈출할 인구는 예상외로 많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이들을 어떻게 모두 수용할 것인가. 특히 북한정부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38선 철책을 넘어오는 피란민 대열로 일대 혼란이 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넘어와도 안된다는 우려까지 나올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이들 탈북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들이 국제규약에 규정된 정치적 이유로 북한을 탈출하든, 아니면 단순히 배가 고파서 나오든 한국정부는 무조건 이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대책을 세워야 한다.

50년 12월의 흥남부두 철수사건만도 왜 이들을 무조건 따뜻이 맞아야 하는가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6·25당시까지 북한은 5년간 공산치하에 있었다. 한국군이 유엔군과 함께 북한에 반격해들어갔을때 이제 북한땅에도 자유가 왔다고 주민들은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었다. 중공군 개입으로 한국군과 유엔군이 다시 후퇴하게 됐을때 북한주민들은 자유가 있는 남한땅으로 같이 후퇴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피란길에 올랐다. 흥남부두로 후퇴한 미 제10군단은 흥남반경 15㎞ 둘레에 거대한 탄막을 형성하고 24시간 폭탄을 퍼부으면서 중공군 공격대는 물론 피란민대열도 근접할 수 없게 하면서 철수선을 타고 있었다. 반경에는 지뢰도 묻었다. 그러나 피란민들은 죽음을 걸고 이 탄막을 뚫고 흥남부두에 모여들어 결국 국군에 의해 9만8,100명, 그리고 미군에 의해 5만명이 철수선에 매달려 남한으로 오는데 성공했다. 배를 타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흥남부두에는 몰려 있었다. 더러는 미처 후퇴명령을 전달받지 못한채 전쟁을 계속하던 군인들도 탄막밖에서 외토리가 됐다. 서해안, 중부전선 등의 온전선에서 남하한 사람, 남하하지 못한 피란민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었다. 남하하지 못한채 북에 남게된 그 많은 주민들은 지난 50년간 김일성체제의 한갓 부속품이 된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왔다. 공산주의 허구성을 안다해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러 세계공산주의는 제풀에 허구성을 드러냈고 북한도 이상사회를 건설하기는 커녕 주민을 기아에 빠뜨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한으로 오는 탈출자도 늘어나게 됐다.

자유를 먹고 살아온 남한은 탈북자 수용계획을 탄탄히 세워야 한다. 전쟁중 미처 남하하지 못했던 그 많은 피란민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것이고 지난 50년간 이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죄이기도 한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