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공천정국 비판 소임 충실/지도부 낙점방식 개선 여론화 했으면10일 임시국회가 개회된 지 10여일만에 선거구조정문제가 타협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현행 지역선거구 구역표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구조정은 각 정당이나 정당 상호간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선거일정에 쫓기면서도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10, 13일자에서 「전국구 증원」을 둘러싼 각 정당의 양보없는 득실계산과 「돌파구 안 보이는 선거구협상」을 전하면서 자당의 이익과 상대당의 희생을 강요하는 힘겨루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 12, 18, 20일자에서도 단일안에 근접한 야당안과 현격한 차이를 지닌 신한국당안을 두고서 여야총장을 포함한 8인회담을 열어도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과 강행도 협상도 힘든 신한국당의 삼중고, 마침내 협상으로 향하지만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을 각 당의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소상하게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개회 이틀째인 11일자 사설 「임시국회 공전」은 선거구획정의 기준과 원칙(현행 국회의원수의 고정, 표의 등가성 확대, 지역특성의 고려, 전국구의석의 확대 등)을 제시하고, 각 정당이 객관적 원칙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면 쉽게 의견을 접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객관적 기준제시에 일응 수긍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구획정문제의 해결을 여전히 국회에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독자적인 중립기구의 설치를 제시하여 투표가치의 불평 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여론화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선거구의 불균형 해소에 관해서는 지난해 4월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 7월 당시 3당 총무들간 선거구협상이라는 두번의 기회가 있었고 그 당시에도 이미 위헌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결과에 이르렀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당리당략적 접근방식을 감안할 때, 선거구획정문제는 국회보다 선거관리위원회나 다른 중립적 기구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선거구조정을 위한 임시국회의 공전속에서도 15대 총선의 서막인 공천정국은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여야 각 당은 정치개혁·세대교체라는 명분아래 새 인물을 영입하여 과감한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나친 영입경쟁과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적 기준은 당내외에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하고 언론은 그러한 공천정국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지난주 정치면과 사설을 통해 여야의 치열한 영입경쟁과 색깔논쟁, 「여야 모두 공천몸살」을 보도하고 철학도 비전도 없는 오늘의 정치현실을 비판하면서 정당과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특히 14일자 「공천따기 백태맨발형, 협박형, 읍소형」과 17일자의 「낙천설 현역 잇단 회생」 「공천 경쟁상대 흠집내기」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당내 공천절차가 없다는 것을, 설사 있다하더라도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어서 유명무실한 것임을 반증해주는 기사였다. 무질서하고 무원칙한 지금의 공천정국도 크게 보면 민주적인 공천절차 없이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인물을 내세우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후보경선없이 「핵심부」 「지도부」의 의사가 사실상 낙점으로 연결되는 오늘의 당내 공천절차에 대한 비판이 정당의 체질개선이나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더욱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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