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열목어를 지키는 사람들(환경지킴이: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열목어를 지키는 사람들(환경지킴이:9)

입력
1996.01.22 00:00
0 0

◎“멸종 위기 천연기념물 열목어 살리자”/홍천 명개리 200여주민 번식·보존 앞장우리 주변에는 개발사업과 오염으로 자취를 감추는 동식물이 많다. 천연기념물 열목어도 멸종위기에 있는 어류중의 하나다. 한때 강원 화천, 양구, 인제, 홍천, 횡성, 평창, 정선, 영월 등 영서지방과 경북 봉화군, 충북 단양군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열목어는 이제 강원 일부지역과 경북 봉화군에만 서식할 뿐이다.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 김관배씨(44)는 사라져가는 열목어를 지키고 보존하는데 인생을 건 농군이다.

76년 제대한 그는 어릴적 명지골 등 명개리 개울에 지천이던 열목어가 씨가 마른 사실을 알고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떻게든 열목어를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오대산까지 왕복 50여 산골 계곡을 헤집고 다닌끝에 열목어 9마리를 채집, 명지계곡물에 옮겨 자연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한참후 오대산 계곡에 열목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명지계곡의 열목어를 이곳에 옮겨 대를 잇게 했다. 『인제군 내린천에서 발견되는 열목어들도 사실 고향은 명지계곡입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것들이 계방천을 따라 내린천으로 내려간 것입니다』고 열목어 족보까지 꿰고 있는 김씨는 『생업을 빼고는 명지계곡에서 열목어가 잘 살게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마을이장 임관기씨(35) 등 3명이 수산청의 명예감시원또는 군청의 자연환경보전명예지도관 등으로 위촉되었지만 실제로 명개리 40여세대 200여 주민 전원이 환경감시원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인근부대 장병들의 「열목어 사랑」도 주민들에 못지않다. 마을주민들과 군인들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 모두가 긴장한다. 마을이 무공해 피서지로 소문나면서 하루 200여대의 차량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피서객들은 한밤에 몰래 열목어를 마구 잡고 심지어 계곡물로 세차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식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계곡을 더럽히기도 한다. 한 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으면 살지 못하고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에는 치명적인 것이다.

김씨는 『피서철만이라도 군청이나 도청에서 상주감시원을 파견, 불법어획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수량확보를 위한 산림보전운동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철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열목어는 평균 몸길이가 20∼30㎝로 우리나라에만 사는 천연기념물』이라며 『정부가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키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최윤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